<‘탈원전 고수’ 논란>“無비전 脫원전… 산업·인력 공동화 불가피”

원자력과 학생 등 국감 출석
산업절벽 등 우려 전달키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원전 산업계는 물론 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래 원전산업에 종사할 전공학생들은 정부의 비전 없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산업·인력 공동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 정부와 원전학계·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 예정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회 종합감사에서 서울대, 한양대 등 원자력공학과 학생과 학부모들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야당의 요청으로 출석하는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급속한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 분야 우수 인재의 이탈과 산업 붕괴를 가져올 것이란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지난 7월 전국 13개 원자력학과 학생회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전국 원자력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학부생은 3600여 명, 대학원생은 850여 명으로, 이들은 정부 탈원전 정책의 부당함을 향후에도 조직적으로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의 준비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산업계보다 당장 학계가 더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전공을 변경하거나 학위를 위한 연구를 중단하려는 학생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은 원자력 분야도 지속·유지해야 할 학문 분야이며, 국가 미래, 청년 일자리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정책이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 전문인력이 3만여 명에 달하고 있지만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이들의 인력 수급계획 및 향후 원전 기술 유지를 위한 인력 양성 등에 대해선 정부가 아무런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24일 국무회의를 통해 제시될 로드맵 역시 원전 해체 산업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급한 탈원전 정책 드라이브로 인한 원자력 분야의 인력 공동화 때문에 원전 기술·산업이 막다른 절벽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학생들이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메시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 위해 계속 전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재학 중인 A 씨는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만큼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원전을 짓지 않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 B 씨는 “미래에 어떤 에너지 기술이 개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원전 기술력까지 굳이 포기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민·김수민·이희권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