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 개정안 비상>일방통행식 친환경車 정책… 국산차 팔아 수입차 돕나?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방식 논란에 이어 보류됐던 친환경차(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재도입 시사 등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추진으로 국내 완성차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9월 26일 내놓은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2020년까지 시행 유예됐던 기존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친환경차협력금제도로 확대·개편해 오는 2019년까지 시행 방안, 시기 등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차협력금제도는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대기오염 물질 등을 많이 배출하는 내연기관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걷어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줌으로써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한다는 제도다. 제도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상대적으로 일본, 독일 등에 비해 친환경차 경쟁력이 뒤처지는 국내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한마디로 국산 내연기관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돈을 걷어 값비싼 수입 친환경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주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현재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 중 4개사가 친환경차를 판매하는 만큼 수입차(15개사 중 6개사)에 비해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만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를 국내 생산하고 한국지엠, 르노삼성은 국내 판매 중인 친환경차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력으로 삼는 쌍용차의 경우 아직 친환경차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해당 제도가 전격 시행될 경우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시행이 유예됐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배출가스 측정방식 도입 논의도 국내 완성차업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환경부는 유럽경제위원회 배출가스 측정규정인 국제표준시험법(WLTP) 도입을 1년 유예키로 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WLTP에 대해 100년 역사를 가진 유럽에서도 너무 규제 기준이 높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친환경차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남석·박준우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