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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25일(水)
문제투성이 ‘외감법’ 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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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동네북이 된 한국 기업이 이곳저곳으로부터 주먹질 당하는 중에 이번에는 기업 외부감사 쪽에서 강력한 펀치가 날아왔다. 국회가 최근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했다. 여러 경제 단체가 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법률이 개정된 것이다. 핵심 내용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은 2텀(term) 6년간은 자율적으로 회계감사법인과 외부감사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그다음 텀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정하는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과 회계법인이 자율적 계약으로 감사계약을 체결해왔는데, 갑작스럽게 국가지정감사인이 기업을 감사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상장회사 감시 의무를 지우더니 이제는 실질적으로 기업의 회계장부까지 국가가 선임한 회계법인이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의 규정도 세계에 유례없는 이상한 규칙인데, 다시 또 세계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는 기업회계에 대한 국선감사인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반대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99.9%의 상장기업은 회계부정이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모뉴엘 등 극소수의 회사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해서, 한국의 2000여 상장회사를 잠재적 회계부정집단 취급하는 것은 한국 기업에 대한 모욕이다. 그뿐만 아니라, 헌법상 과잉 금지의 원칙 위반이다. ‘원칙 자율, 예외 규제’가 답인데 정반대로 됐다.

둘째, 한국 기업은 회계부정이 만연해 있다는 허위 사실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격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3년간 국가가 지정하는 관선 회계사의 감독을 받는데, 그것은 한국에서 기업 회계부정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은 대규모 상장기업조차 부정직한 집단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그러면 기업의 신인도가 추락한다.

셋째, 상장 스트레스다. 지금도 상장했다 해서 혜택 받는 것이 거의 없다고들 한다. 오히려 상장했더니 엄청난 공시 규제가 쏟아지고 수많은 규제기관의 감독을 받는다. 한국에선 상장하는 것, 기업이 커지는 것을 기업인 스스로가 결단코 저지해야 할 동기가 하나 더 생겼다.

넷째, 감사 비용의 증가와 감사법인의 대형화가 예상된다. 지금은 감사계약에 따라 감사 비용이 정해진다. 여기에서 감사인의 불만이 쏟아진다. 최저가 입찰이라도 해야 먹고산다는 것이 불만의 내용이다. 이를 시정하고자 국가지정감사제를 도입하면 감사 비용에 대한 협상은 불가능하고 비용은 무조건 늘어난다. 한국 2000여 상장법인을 수십 개의 대형 회계법인이 지정감사를 할 것이다. 회계법인은 규모가 커야 증선위로부터 수주받기에 유리할 것이다. 반면 소규모 회계법인들에는 아무런 기회가 없다. 감사 품질로 경쟁하는 시장이 조성돼야 한다. 수십 개의 대형 회계법인만의,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된다.

대안으로, 내부고발 활성화, 형사처벌 강화, 분식회계 전력자 재취업 금지, 감리주기 단축, 내부 회계관리 제도 정상화, 내부 감사위원회 기능 정상화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분식회계가 적발될 경우 그 기업에 대해서만 감사인지정제를 시행해도 충분하다. 이것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당장 폐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시행령에 지정감사제 면제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 기업과 회계법인 간의 긴장 관계를 해소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건전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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