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시진핑 2期와 한·중 新관계의 正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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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경제학

시진핑 주석의 제2기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앞으로 5년간 장관급 이상을 맡을 중앙위원 204명이 발표됐다. 최고 지도자 7인의 면면도 곧 밝혀질 것이다. 왕치산이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짐으로써 계급정년이 준수됐다. 중앙위원에 후춘화와 천민얼이 포함, 후계자 문제도 어느 정도 가시화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 출생 정치국 위원에 누가 발탁될지는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인선에 의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대중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전당대회는 제도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역사적 흐름에서 정상적인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대체로 국가체제 정립기·번영기·쇠퇴기로 이뤄진다. 중국은 통일 왕조의 평균 수명이 212년이었다. 현 단계는 국가체제 정립기의 후반기에 해당한다. 제도의 정립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 발전이 중요하다. 2020년까지 1인당 소득 1만 달러, 2050년까지 소득 3만∼5만 달러 달성을 선언한 것으로 이해된다. 가능할까?

시진핑 주석은 개국공신의 아들이고, 칭화대를 나왔기에 통념적인 2세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이른바 태자당이라는 2세들이 한때 낙하산으로 고위직을 차지했다. 시 주석은 16세 때 밑바닥에서부터 현재의 지위까지 근 40년간 현장을 누볐다. 그리고 중앙에 진출했다. 준비가 철저했다. 그만큼 정통성을 확보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시 주석을 아이콘으로 혁신, 친환경, 친서민, 세계 국가의 일익이라는 국가 지향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신봉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도 위협받고 있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새로운 통치철학과 경제제도를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대체제로 개념화하고 있다.

개발 프런티어도 상당수 남아 있다. 도시화, 사회간접자본 투자,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라는 유럽과의 연계 등이 그것이다. 이 작업은 1∼2년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프런티어를 놓고, 공산당 지도자 간의 치열한 경쟁과 실패가 허용된 무한대의 실험이 진행될 것이다. 부패·전제국가라는 오명을 뒤로하고 승진은 성과 경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2020년 15조 달러, 2050년 50조 달러 규모의 경제와 이웃하면서 살아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는 경제력만이 아니라 어쩌면 G1과 인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 주석 2기(期) 출범을 계기로 꼬여 있는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긴요하다. 마침 양국 간 통화스와프도 재연장됐다. 또한,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통해 사드(THAAD) 사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모른다. 청와대를 비롯해 전방위 외교 노력을 집중해 난국 타개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가 희망하는 중국은 없다. 나름 지향하는 바를 추구한다. 그만큼 자신이 붙었다. 강대국이 될 것을 전제, 주변국과의 외교가 중요함을 인식시켜야 한다. 한반도 관계가 중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는 점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도 더 탄탄해지는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경제 발전이다. 이를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 일본·독일처럼 뚜렷한 국가 브랜드를 확립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지금 일본에는 중국 관광객이 넘쳐난다. 핵심 부품·소재 산업의 중국 투자도 적잖이 이뤄지고 있다. 영토 분쟁과는 별개다. 시사하는 바 많다. 우리는 지레 광속도 발전과 거대 덩치에 겁먹고, 뛰쳐나오고 있지는 않은가.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주시하면서 거대한 중국 시장을 개척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