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 해결 때까진 ‘早期 전작권 전환’ 집착 버리라

지난 28일 서울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논의가 미뤄진 것은 바람직하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한·미 군사위원회(MCM)로부터 미래연합군사령부 편성안을 보고 받고, 연합연습 및 검증을 통해 보완·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는 이번 SCM에서 미래연합사 안(案)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제동이 걸린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서 ‘전시 연합작전을 지휘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 편성안을 10월 한·미 MCM/SCM 시 승인’이라고 밝혔었다. 이런 방안은 ‘승인’되지 않았고, 내년에도 불투명하다. 주한미군이 한국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데 대한 미국 측의 부정적 분위기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북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한, 한·미 연합 전력 강화가 중요하다. 전작권 문제 논의는 대북(對北) 억지력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비록 ‘조건에 기초한’이란 단서를 붙이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전작권 전환 자체가 목표인 것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공약했지만 취임 뒤 ‘조건에 기초한 조속한 전환’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임기 내 조기(早期) 전환을 시도하는 것 같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많은 논점이 있지만 최소한 북핵(北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그런 집착을 버려야 한다. 이번에 유보된 미래사령부 구조 자체도 비현실적이었다. 미국은 ‘퍼싱 원칙’에 따라 대규모 부대 통제권을 외국 장성에게 준 적이 없다. 따라서 미래연합사가 구성될 경우, ‘미국의 대규모 전력 증원’을 전제로 한 ‘미 4성 통합전투사령관’이 아닌 중장급이 부사령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미 연합군에 배속 혹은 전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은 크게 축소되게 된다.

한편, 이번 SCM 성명에 ‘송영무 장관은 북방한계선(NLL)이 지난 60여 년간 남북한 간의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이었다는 점을 강조’란 표현이 나오는데, 만약 이것이 지난달 미 전략폭격기 B-1B 편대가 동해 NLL 북쪽 공해상에서 무력시위한 것에 대한 우려 표명이라면 매우 부적절하다. 북핵 도발에 대한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