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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2일(木)
로봇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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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많은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은 경기의 주요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육상이나 스피드 스케이팅, 경마 같은 속도 경기에선 이미 주역이다. 그래도 ‘인간 심판’의 보조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제 차원이 달라졌다. 호크아이(Hawk-Eye)가 대체하고 있다. ‘매의 눈처럼 날카롭고 정확하게 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호크아이는 테니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10여 대의 초고속 카메라가 초당 340프레임으로 공의 움직임을 포착해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인·아웃을 판정해 내는 ‘로봇 심판’이다.

호크아이는 1999년 영국의 폴 호킨스 박사에 의해 개발돼 2001년 크리켓(cricket) 경기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테니스에선 2006년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금까지는 심판이 먼저 판정하고 선수가 이에 불복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때만 호크아이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는 오는 7~1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넥스트 젠 ATP 파이널에서 심판 대신 호크아이로 인·아웃을 판정한다. 심판 10명 중 9명이 선심인 테니스 종목에선 심판들이 일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다.

이제 호크아이는 축구 등 다른 종목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기점으로 비디오 판독기 활용도를 높였다.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최고의 빅 매치였던 독일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1-2로 뒤지던 잉글랜드 미드필더 프랭크 램퍼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에 들어갔다가 튕겨 나왔다. 리플레이로 본 결과, 명백한 골이었다. 그러나 심판은 노 골을 선언했고, 동점 골을 도둑맞은 잉글랜드는 결국 1-4로 패배하고 말았다. 빗발치는 비난을 이기지 못한 제프 블라터 당시 FIFA 회장은 오심에 대해 사과했고, 대회의 권위마저 위협받게 됐다.

FIFA는 남아공월드컵을 계기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호크아이와 비슷한 개념의 골 판독 시스템을 활용했다. 이제 골 판독 외에도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반칙, 오프사이드, 페널티킥 등 경기 전반으로 확대해 비디오 판독이 2018년까지 시범 운영된다. ‘인간의 영역’이었던 축구에 기계가 들어온 것이다. 이제 로봇이 주심으로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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