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6개월>北核대응 오락가락… 4강 외교 ‘미숙’

中관계악화… 韓美동맹 불안
외교·안보 우려 갈수록 커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높은 지지율에 가려져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 관련한 외교·안보정책은 냉·온탕을 오가는 등 방향을 잃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의 불신감을 씻어내지도,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권 출범 초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약점으로 흔히 외교·안보가 꼽혔다. 뚜렷한 전략이 없고,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전략가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청와대 외교·안보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연일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며 한·미 대북정책 엇박자 등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권 출범 초 문재인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고 누락’을 문제 삼아 배치 절차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하자 사드 임시배치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숙함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일본·러시아를 포함한 4강 외교 전 분야에 걸쳐 노출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사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불명확한 입장과 전격적인 입장 선회로 최악의 수준까지 악화됐다. 최근 사드 갈등 봉합을 위한 협의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이른바 ‘3노(No)’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번에는 미국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북핵 도발이란 도전을 냉정하게 분석해 미국과의 동맹 강화라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북핵 도발을 계기로 중국 봉쇄라인을 인도에서 호주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혀 중국과의 대립 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러시아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자주’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균형자론과 운전대론을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여전히 70%에 달하지만 분야별 정책 지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특히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우려와 불신은 확산되고 있다. 북핵 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전개되고 4대 강국 가운데서 문재인 정부가 길을 찾지 못하면 외교·안보 정책은 국정지지율 추락을 선도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외교·안보에서의 실책은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성패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생존과 안전에 직결된다는 점이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