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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로나온 詩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8일(水)
세숫대야 -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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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세숫대야

비와 이슬이 찰랑이는 세숫대야

밤들이 투명하게 얼굴을 비추고 다녀가고

한낮엔 마당가 감나무에 앉았던 새들이 심심해서

수면의 물을 흐리며 콕콕 찍어본 세숫대야



사람들은 아무도 살지 않지만

얼굴의 피부처럼 예민하게

사람들을 기억하는 세숫대야

저녁이면 지붕의 그늘을 담고

그늘에 어린 별들의 촉감을 기억하는 세숫대야



세수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눈발을 담았다가 비를 담았다가

이슬의 투명함에 다다른 밤의 얇은 날개로

때 이르게 떨어진 꽃잎을 적셔주는 세숫대야

무너지는 지붕과 담벼락이 떠 있는 세숫대야



마당의 한구석에 처박힌 돛단배는

언제 돛을 올리나

세숫대야

희미한 메아리가 살고 있는 양은 세숫대야

거기에선 어둠도 빛도 한결같은 리듬으로 꿈꾼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약력 :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시집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 등 출간.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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