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바軍 연계 기업과 거래 전면금지

- 트럼프 행정부, 경제봉쇄 강화

달러화 정보기관 유입 차단
80개 호텔·상점·쇼핑몰 등
대형 위락 시설도 포함시켜
개별 여행 제한 단체만 허용

오바마 레거시 완전 지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일 쿠바 군부나 정보당국과 연계된 미국인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등 대쿠바 경제봉쇄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러한 조치를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날 조치에 따라 9일부터 미국인은 쿠바 국방부·내무부 산하 기관들에 의해 운영되는 기관들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국무부가 정한 거래 금지 명단에는 쿠바의 여행 부문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쿠바 당국과 연계된 주요 5개 기업이 포함됐다.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관광지의 80여 개 호텔과 유명 상점, 쇼핑몰, 부동산 회사, 카리브해 해양 위락 시설 등이 포함됐다.

또 쿠바에 대한 미국인의 여행도 더욱 제한된다. 앞으로 쿠바를 방문하고자 하는 미국인은 공인된 투어운영자를 통해야 하고, 투어가이드는 그룹을 동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쿠바 방문 비용이 더욱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향후 여행 및 상거래에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부는 이미 쿠바행을 예약하고 자체적으로 여행비를 지불한 사람들은 출국이 허용될 것이고, 금지 목록에 있는 업체와의 거래도 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의 경제 활동이 쿠바 군부에 혜택을 주는 것을 막고 쿠바 정부가 자국민에게 더욱 큰 정치·경제적 자유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러한 조치를 했다며 앞으로 거래금지 쿠바 정부 관계자의 명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12월 적대 관계 청산과 쿠바와의 관계 복원을 선언한 뒤 이듬해 5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33년 만에 삭제하고 같은 해 7월 외교 단절 54년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 대사관 문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대쿠바 정책을 바로 뒤집었다.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취소하고 경제 제재, 금융거래, 여행 제한 등의 조치를 복원하고 있다.

한편 유엔은 26년째 미국에 대쿠바 경제 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오바마 전 행정부는 이에 대해 처음으로 기권표를 던졌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1년 만에 다시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