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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0일(金)
FTA 개정 협상과 通商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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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고려대 교수 경제학

지난 7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FTA 관련 협의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이후 한·미 FTA 개정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가 속속 착수되는 등 속도가 붙고 있다. 이제 좋든 싫든 양국은 머지않은 시기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될 것이다. 한·미 FTA를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근거해 우리의 전략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한 때다.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의 핵심은, 단기적으론 ‘공정무역(Fair Trade)’ 강조로 무역 구제 조치의 강화 즉,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및 협정 불이행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는 기조를 띠게 될 것이다. 또, 중장기적으론 미국 경쟁우위 첨단산업의 외국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신산업 분야 통상 규범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4차 산업의 본격화로 서비스, IT, 디지털 무역 관련 정책 및 규범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됨으로써 전대미문의 ‘디지털 무역’이란 새로운 영역의 규범화를 주도하려는 게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의 핵심이다.

이러한 기조 아래,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의 첫째 특징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채택된 ‘관리무역 체제’ 형태의 통상 압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레이건 행정부 출신의 통상 각료를 핵심 위치에 배치함과 동시에 당시의 수출자율규제·수입자율확대 등을 강요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둘째 특징은, 최근 우리나라의 철강·세탁기 사례에서 보듯이 무역 구제 조치들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무역수지 적자 문제 자체를 통상 압력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간주함과 동시에 환율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 매년 상당한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두는 우리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FTA 개정을 통해 자동차 등 공산품뿐만 아니라 쇠고기와 농산물까지 광범위한 개정 협상을 원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07년 한·미 FTA 협상에서 봤듯이 농축산물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 문제는 고난도의 고차방정식으로 복잡해진다. 따라서 양국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경제 협력,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수준에서 정치적인 결단으로 약간 수정·보완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통상(通商) 거버넌스를 완전히 새롭게 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을 기점으로 통상 이슈는 국내 이해관계 집단 간의 갈등을 본격적으로 야기하고 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그 결과 필요 이상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유발되고 있다. 국내 이해관계 집단의 갈등 조정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과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실무 행정 부서가 상당 부분 그 과정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 반면에 조정의 결과는 정치권이 모두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조정 과정과 책임 부담 간의 괴리에 따라 정치권이 이해집단에 대해 과도한 보상을 약속하는 게 문제다. 국회가 기능은 제대로 못하면서 통상정책의 비용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향후 국회를 포함하는 통상정책의 결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역량 및 역할 강화가 수반돼야 한다. 그것이 통상정책의 효율적 수행과 이에 수반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다. 정치적 책임과 실무적 집행 간의 분명한 역할 분담을 위한 시스템 확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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