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상생 2017>식량 안보·수자원 확보·지역사회 유지… 경제적 가치 109兆 규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7년 도농교류의 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농업의 가치를 나타낸 ‘자연경관’ ‘전통문화’ ‘휴양 치유’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각국서‘농업의 공익 기능’ 인정
스위스, 헌법에 보상 규정 마련
한국도 국가의 책무 명시해야

농협이 ‘농업가치 헌법 반영 1000만 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은 16일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관련, 농업은 농산물 생산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도 △식량 안보 △경관 보전(사계절 풍경, 푸르름, 황금 물결 등) △환경보전(대기 및 수질 정화, 토양유실 경감, 생태계 유지 등)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 △지역사회 유지·전통문화 계승 등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식품 안전, 깨끗한 환경, 쾌적한 휴식 공간 제공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기구들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확고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식량 안보, 농촌개발, 환경보전 등 농업이 가지는 경제외적인 비교역적 기능(2002)’이라고 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농업부문이 식량 및 섬유를 제공하는 본원적 기능에 더해 환경 보전, 경관 형성, 지역사회 지속가능성 유지 등에 이바지하는 역할(1998)’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3분의 2수준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62.1%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농협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 강화는 농업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 등 국가 전체의 공익 증대를 위한 것이며, 국민의 삶을 규정하는 최고의 규범인 헌법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분명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은 그 근거로, 스위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재정적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스위스는 헌법에 농업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공공재로서의 정당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은 우리나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막대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04년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논(19조 원), 밭(5조2000억 원), 농촌(8조3000억 원), 산림(50조 원) 등 모두 약 83조 원 수준이며,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경우 무려 109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농협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하는 내용은 세 가지다. 우선,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그 중요성을 헌법에 명시해 달라는 것이다. 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재이므로 국가의 역할 없이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공급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창출하는 농업인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해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식량안보, 환경보전 등 공익적 기능을 공급하고 있지만 그 대가가 시장에서 정당하게 보상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농업인에게 직접지불제 등을 통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