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아프리카도 北 봉쇄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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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7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30여 개국 외교장관들과의 회의에서 북한과의 군사 및 경제 관계를 대폭 감축해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아시아 순방 때 동남아 국가들에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했고,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 북한의 중심 교역 국가들은 교역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압박에도 북한은 아직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거나 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대화에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7일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열어 자력갱생으로 난국을 돌파할 것을 결의하고 내각 전원회의를 통해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7일 중국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 내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각각 면담했으나 핵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나 합의 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제재·압박을 통해 핵·미사일 도발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없는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은 훨씬 위험하기 때문에 이번 제재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

대북 제재의 효과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유엔 안보리의 역대급 제재 조치들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조만간 완성단계에 이를 것으로 평가됨으로써 새로운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제재 효과가 미흡한 데 대한 중국 책임론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맞서 내부적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주민들을 결속시키기 위한 비상한 조치들을 하고 있다. 김정은 측근 중심으로 당 중앙위를 보강하고, 내적 자원을 총동원한 자립경제 체제를 독려하고 있다. 북한과 같이 폐쇄적이고 전체주의적 독재 체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가시적인 성과는 최종 단계에 이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철저한 통제와 단속으로 주민에 대한 포괄적인 착취가 제도화해 있고 오랜 기간 자력갱생의 미명 아래 궁핍이 일상화한 체제에서 경제 분야 제재와 압박이 정권과 체제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정책을 변경할 만큼 치명적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효과가 없으니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현실 경험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것과 제재·압박 대신 대화와 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 임계점에 이른 북한의 무모한 협박에 굴복하거나 시간은 북한 편이라는 조급한 주장에 경도돼 섣부르게 독자적인 교류나 지원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북한 당국의 무모한 도발 책동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통적인 허장성세(虛張聲勢)나 성동격서(聲東擊西) 등 기만전술로 난국을 돌파하려는 데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과 제재를 빈틈없이 유지함으로써 북한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