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 檢査, 도축장과 집하장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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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필 충북대 수의대 교수 조류질병학

올해도 11월에 어김없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야생 철새에서 분리가 되고, 이어서 전북 고창 오리농장에서도 검출됐다. 야생 철새에 의해 유입되는 AI 바이러스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해마다 닭과 오리에게서 발생하는 피해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이웃 중국의 사례처럼 사람에게 해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목전인데, 매우 답답하고 착잡하다.

하지만 이번 전북 고창의 오리농장에서 실시된 출하 전 검사(檢査)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색된 것과, 확진 후 바로 전국 가금류 및 종사자 일시 이동중지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후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주 포항 지진 때엔 광속으로 도착한 긴급 재난문자를 본 것과 비슷한 심정이다.

농장주의 신고가 아닌 국가 방역 시스템에 의해 농장 출하 전 검사에서 검색됐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4개 동 가운데 1개 동에서만 양성이 검출돼 조기 검색됐다는 점과 농장에서의 초기 검색에서 바이러스 병원성 판명까지 빠른 결론이 나왔다는 것은 현재의 검색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가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3년부터 발생한 AI 역사에서 오리에 대한 출하 전 검사가 현재와 같이 실험실 검사로 이뤄지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검사도 없이 도축장에 보내졌던 시절이 있었고, 임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오리에 대한 출하검사를 임상검사증명서로 대신한 적도 있었다. 그때 실험실 검사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질병 전문가들은 수없이 했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 산업계의 반발 등으로 방역 당국은 미뤄 왔다. 2016∼2017년 AI 발생으로 4000만 마리의 폐사와 살처분을 한 후에 얻은, 참으로 값비싼 교훈이다.

더욱이 고병원성 AI로 확진됨과 동시에 바로 48시간 전국적 가금류 및 종사자 이동제한을 한 것은 AI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매우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 전국적인 이동제한은 산업체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AI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선 사전 고지 없이 전격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방역대책위원회에서 산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이와 동시에 일부 농장과 산업체는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동제한 전에 도축했고, 농장으로 사료를 이동했던 것이다. 이같이 전격적인 이동제한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전국적인 AI 확산 요인이 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제시된 전문가들의 전격적인 이동제한이 오랜 시간을 거쳐 이제야 방역 당국에 의해 채택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이번에 양성 판정이 난 오리농가에 대한 검사는 과학적 검사의 중요성을 여실히 입증해 주었다. 하지만 국내의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검사하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일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은 길목을 찾아 검사하는 것이다. 그 길목은 바로 모든 닭이 모이는 도축장과 모든 계란이 모이는 집하장이다. 물론 도축장이나 집하장에서 AI 양성 판정이 나면 해당 업체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어떤 방법이 현명한지는 자명한 일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동물 방역의 중요성을 인식, 농림축산식품부에 방역정책국을 신설했다. 이제 방역정책국은 과거와 달리 모든 과학적 수단에 기반을 둔 원칙적인 AI 방역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이번 AI의 확산을 막고 지속 가능한 가금산업을 가능케 할 것이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뒷받침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