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코드 特赦는 ‘불법시위 면허’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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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정부가 연말에 특별사면을 추진하려고 제주 해군기지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사드(THAAD) 반대, 용산 화재참사, 세월호 관련 등 특정 시위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참가자들의 현황과 사법처리 내용을 파악해 보고토록 검찰에 지시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집시법 위반자뿐만 아니라, 공무집행방해·폭행·재물손괴·상해죄로 처벌받은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그 대상자로 언론은, 2015년 민중총궐기 시위를 주도하고 그해 4월의 세월호 범국민 추모행동 등의 집회에서 과격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과, 내란선동죄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원래 옛 군주시대에 군주가 내리는 은총(grace)으로부터 전래된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미국 헌법 제정 당시 영국의 권리장전(1689)에서 제거됐어야 했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못해 부여한 권한으로, 이것이 대통령·추종자들의 ‘모반적(treasonous)’인 행위를 감싸는 장치로 이용될까봐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이승만 대통령이 청산리대첩을 이끈 김좌진 장군의 아들 사형수 김두한에 대해 범죄는 밉지만 특사(特赦)했던 것처럼 국민을 감동시키거나, 분열을 통합함으로써 나라를 이롭게 함과 같이 유익하게 행사돼야 한다. 국민 통합이 미국 헌법 제정 당시의 대통령 사면권 옹호의 명분이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그 연원에 비추거나 모든 권한·권리의 속성상 남용돼선 안 됨은 물론이다. 우선, 대통령의 사면권이 개헌(改憲)의 명분인 대통령이 누리는 ‘제왕적 권력’의 하나여선 안 된다. 대통령의 사면권도 다른 권한과 마찬가지로 공공복리의 증진에 적합하게 행사돼야 하며 남용돼선 안 되는 것이다.

첫째로, 위 특정한 집회만을 대상으로 검토한다는 것은 다른 집회로 처벌받은 사람들의 경우와 형평에 어긋난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추종 세력들을 위한 편파적 ‘코드’ 사면이 되기에 충분하다. 위 집회사건 참여자들은 ‘전문 시위꾼’ 등을 포함해 촛불 집회에 참가했거나 참가한 단체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나아가 코드에 맞는 시위나 집회는 아무리 과격·불법한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결국은 풀려난다는 기대와 면허장을 전문 시위꾼들에게 주는 셈이 된다.

둘째로, 사면의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만약 한 번의 규모가 과거 정권 때처럼 수천, 수만 명에 이른다면 의문의 여지 없이, 그리고 그 규모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위 특정 사건에서 형사처벌 받은 사람들에 대한 대통령의 특사는 단순한 권리 남용을 넘어 대한민국 법치국가의 기초를 파괴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또, 그들의 체포·수사·기소·판결·교도소 수감에 이르기까지 관계된 경찰·검찰·판사·교도관 등 국가공무원들은, 스스로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등의 적폐를 저지르지 않은 한 모두 정당행위를 했다. 대통령의 특사는 단번에 이들의 노력, 들인 국비, 국가 시설·장비들은 무의미하게 만든다. 과격·불법 시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등의 비용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은 과격·불법 시위·집회는 물론이고 불법과 부조리를 일상화하게 하는 역효과(부조리)를 초래할 게 틀림없다. 나아가 그것은 국가로 하여금 비용을 생산적인 데 쓰지 못하고 비생산적인, 만연한 불법과 부조리를 막는 데 더 쓰게 만들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그리고 소극적·예외적으로만 행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