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z & Life >“혹시나 사고 날까… 청탁금지법 걸릴까” 움츠러든 송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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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성추행·실적 부진도 겹쳐
낮 시간 옮기거나 축소·취소도

송년 시즌이 다가왔지만 기업과 공공기관의 송년회 분위기가 잔뜩 움츠러들면서 ‘연말 특수’가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성추행·음주, 갑질 논란 사건·사고, 기업 실적 부진, 식사비와 선물 제한을 뼈대로 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유통·소비재,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샘의 성추행 사건,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공연, 하나투어 자회사 대표 성희롱, 오너가 3세의 음주 폭행 갑질 등 약속이나 한 듯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로 시선과 눈총이 따가워지자 괜한 구설에 오를 것을 염려한 기업들이 송년회를 낮 시간대로 옮겨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재계 5위인 롯데그룹 계열의 A 기업은 저녁을 곁들인 회사 송년회를 오찬 행사 등으로 대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관계자는 “기획부서에서 최근 사회적 이슈와 흐름을 살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수장인 신동빈 회장 등 회사 수뇌부가 다음 달 22일 재판을 앞두고 있어 더더욱 송년 분위기를 내기 어려운 처지다.

B 기업 관계자는 “그래도 한 해는 결산해야 하기에 부서 송년 모임을 대폭 앞당겨 간단히 ‘치맥’을 한 후 끝낼 계획”이라고 했다. C 기업 관계자도 “괜히 흥청망청 술을 곁들였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집안 단속을 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진 기업들은 ‘칼바람’이 불면서 어느 때보다 을씨년스러운 송년을 맞고 있다. D 건설 대기업은 올해 해외시장 수주 부진에 국내 재건축 사업에서 잇달아 쓴맛을 보는 바람에 송년회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돌고 있다. 고강도 문책성 인사가 단행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송년회는 언감생심이란 얘기다. 지난해 연말에 전문 MC까지 초청, 화려한 송년회를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F 기업 관계자는 “연말 인사에서 한꺼번에 10개가 넘는 팀이 해체돼 팀장들이 팀원으로 재배치됐다”며 “송년 분위기가 나겠느냐”고 되물었다.

시행 2년째를 맞는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대형 고깃집, 한정식, 호텔 등에서 송년회를 하기가 쉽지 않아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농·축·수산물에 한정된 선물값을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한 정부 결정도 급제동이 걸려 시행이 불투명하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연말 예약이 2015년과는 비교도 하기 어려울 만큼 줄어 인건비 맞추기도 어렵다”며 “1년 새 기업 임원을 중심으로 한 고객 발길도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민종·유현진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