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文대통령 “北의 核위협-美의 선제타격 고려, 모두 막아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NSC 소집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 대응

‘美 선제타격’ 첫 공개 언급
北도발 심각성 인식 반영

“제재·압박 추진할 수밖에”
기존 對北평화론과 온도차
인도적 지원 등 제동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공개된 자리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겨냥한 미사일 기술을 과시하면서 미국이 군사 옵션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도발함에 따라 내년 2∼3월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대화 국면 전환 시기로 내심 기대했던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대륙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며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을 향해 동시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이 군사 옵션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추진해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압도적 힘의 우위’에 기초한 대북 압박 기조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 등에서 ‘평화론’을 역설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적인 군사 모험주의를 멈추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해 독자적인 대화 시도나 인도적 차원 지원 등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정부가 이날 북한의 도발에 어느 때보다 신속한 대응을 한 것도 강력한 제재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 동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공개적으로 독려하는 조치를 취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번 미사일 도발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검토해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달라”고 각별히 주문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려는 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걱정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