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核 저지 위해 한국이 해야 할 일 많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 국제정치학

북한이 29일 새벽 3시17분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지금까지 발사된 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길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이 누란(累卵)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이후 ICBM급 미사일을 2번 발사했는데 7월 4일 발사한 것은 고도 2802㎞, 비행거리 933㎞였고 비행시간은 39분이었다. 7월 28일은 고도 3724㎞에 비행거리 998㎞, 비행시간은 47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사는 고도가 4475㎞, 비행거리 950㎞, 비행시간은 53분으로 모든 데이터에서 가장 강력한 ICBM으로 분석된다. 이번 초고각 발사를 지름이 큰 포물선 형태의 통상궤도로 발사할 경우 엔진과 탄두 무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사거리가 최소한 1만㎞를 넘는 것으로 평가돼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임에 틀림없다.

늘 우려해 왔던,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북한의 핵무기(核武器)와 미사일이 결합돼 실체적인 위협이 된 현실과 맞닥뜨리게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 한국과 동맹국들은 전략적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북한에 충분한 시간을 준 데 대해 통한(痛恨)의 아픔을 느끼게 됐다.

2차 세계대전 때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핵폭탄 무게는 5t 가까웠지만, 북한은 1t 미만의 미사일 탑재 핵탄두를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1t 미만의 핵무기 소형화가 성공했다고 보는 게 객관적 평가일 것이다. 다만, 우주 공간에 나갔다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기권 내로의 재진입 기술은 정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어 이 부분의 기술 판단은 아직 유보적이나, 육상 실험을 통한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외교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더욱더 위기감을 느끼고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對北) 압박 강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중국을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 중국에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북한이 중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을 염두에 두는 대신에 국제사회의 많은 나라가 수차례 핵실험에다 미사일까지 펑펑 쏘아대는 북한에 대해선 혐오적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중국을 움직일 일이다.

그리고 한국의 미사일 능력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때문에 미국의 규제에 묶여 있던 미사일 탄두 중량의 제한이 없어지게 됐듯이 이참에 파괴력이 크고 정확도가 높은 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쏟아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탄착의 오차 범위가 1m 이내가 되는 탄도미사일과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처럼 오차범위를 수㎝ 이내로 줄이는 순항미사일을 다량 개발해 전국 요소요소에 배치한다면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들도 대한민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최선의 국가 방어책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일본처럼 하루바삐 구축해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일본과 미국령 하와이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피훈련을 시작했다. 북핵의 소형화와 ICBM급 미사일이 완성될 때까지 시간을 벌게 해준 것은 다른 나라의 책임도 아니고, 바로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기에 한국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