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소장했던 안중근의사 옥중 유묵 ‘세심대’ 경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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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옥션 12월 마지막 경매서
약지 없는 왼손 掌印 찍혀있어

일본의 개인 소장가가 보관하고 있던 안중근 의사의 옥중 유묵(遺墨, 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인 세심대(洗心臺, 비단에 먹, 38.5×73.5㎝, 1910·사진)가 12월 경매에 나온다. 케이옥션은 오는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개최하는 올해의 마지막 경매에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글씨 세심대를 비롯해 233점, 150억 원어치의 작품을 출품한다고 4일 밝혔다.

안중근 의사가 중국 다롄(大連)의 뤼순(旅順) 감옥에서 남긴 옥중 유묵은 당시 이 감옥을 일본이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인 간수를 비롯한 일본인 직원 등에게 대부분 흘러들어가 현재도 일본 도처에 소장돼 있다. ‘마음을 씻는 곳’이라는 의미의 세심대 유묵 역시 일본의 개인 수장가가 보관하고 있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 경매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작품의 좌측 하단에는 단지동맹(斷指同盟) 때 약지를 자른 왼손의 장인(掌印)이 선명하게 찍혀 있고, 그 위로는 ‘庚戌年三月於旅順獄中大韓國人安重根書(경술년 3월 여순 감옥에서 대한민국 안중근 쓰다)’라는 서명이 남아 있다. 칼로 베어낸 듯 날카롭고 절도 있는 구양순(歐陽詢, 557~641)풍의 서체가 인상적이다. 안중근의 서예 작품은 대부분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 이후부터 3월 26일 순국하기 전까지 집중돼 있으며, 어느 하나도 동일한 내용으로 쓰이지 않아 작품 하나하나가 더욱 소중하며 가치 있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뤼순 감옥의 작은 독방은 안중근 의사가 마음을 씻어내는 공간, 곧 세심대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동양평화론 서술에 힘쓰면서 후세의 평화와 안녕을 바랐던 안 의사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낙찰 추정가는 1억8000만~4억 원이다.

이번 경매에는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유영국, 장욱진, 이우환의 작품을 선두로 알렉산더 콜더, 애니시 커푸어, 로버트 인디애나,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 프랭크 스텔라 등 미술관 소장급 해외 작품도 다수 선보인다. 또 한국화 및 고미술 분야에서는 세심대 외에도 추사 김정희의 ‘김복규 정려비송(金福奎旌閭碑頌)’ ‘백자사각연적(白磁四角硯滴)’과 함께 운보 김기창이 소장하며 아꼈던 대형 민화 작품 ‘호응도(豪鷹圖)’가 출품돼 눈길을 끈다. 한편 케이옥션은 연말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4일 오후 7시 30분부터 열리는 ‘자선 콘서트’에서는 뮤지컬 배우 김경우, 조상웅의 무대와 함께 2017년 케이옥션 경매 하이라이트와 12월 경매 주요 출품작을 만나볼 수 있다. 5일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되는 케이옥션 ‘나이트아웃’에서도 프리뷰 인사이드 등 미술시장과 경매 출품작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