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경제 살리려 ‘減稅’ 속도전… 韓은 법인세 인상 逆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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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법인세율 추가인하 추진… 美는 상원 통과

日, 10년간 10%P 내렸지만
감경속도·효과 등 떨어지자
파격적인 감세로 기업 지원
상속세 등 면제 대상도 확대

美, 2019년부터 35%→20%
상속세 면세한도도 倍로 늘려
31년만에 사상최대 감세 확정

일본 정부가 단계적 법인세 인하에 더해 파격적인 추가 법인세율 인하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법인세율을 낮추며 기업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세제개편안이 최근 의회를 통과하는 등 각국에서 감세를 통한 ‘기업유치전’이 본격화되자 일본 정부의 감세 대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올해보다 0.23%포인트 낮은 29.74%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법인세율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대 법인세율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도 현재 33.33%인 법인세율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은 일본의 기업입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미 법인세 실효세율 자체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인하한 일본의 법인세율은 10%포인트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정책만으로는 법인세 감경 속도와 폭이 타국에 비해 떨어지고, 기업들도 수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이나 설비 투자를 단행하지 않아 감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아베 정권은 ‘임금 인상과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에는 과감한 경영 판단을 촉구하는 세제 조치를 강구한다’는 단서를 붙여 임금 인상, 설비투자,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 기술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감세 방안을 마련했다. 오는 8일 각의를 통해 내년에 도입할 각종 감세 방안을 담은 ‘생산성 혁명 정책 패키지’를 결정할 일본 정부는 정책 원안에 “국제 경쟁에서 충분히 싸울 수 있을 정도까지 경감한다”고 명기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했다.

또 일본에서는 경영승계와 관련된 어려움으로 2025년까지 약 130만 개의 중소기업이 폐업할 위기인 것으로 전망되자 이에 대한 세제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의 사업승계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집중 대응 기간을 설정하고, 경영승계를 위해 상속·증여되는 비상장주식의 상속·증여세 납부 유예 및 납부 면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중소기업 경영승계를 위한 상속 주식 분 전체의 80%가 상속세 납부 유예·면제 대상이 된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세제개편안이 지난 2일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상원이 11시간의 끝장 토론 끝에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찬성 51표, 반대 49표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52명 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밥 코커(테네시)만 반대표를 던졌으며, 그동안 세제개편안에 반대해 온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과 론 존슨(위스콘신) 상원의원이 막판 찬성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상원 통과 소식을 들은 뒤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가 있기 전에는 2020년 대선에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대적할 수 없다”며 취임 이후 첫 입법 과제 달성을 자축했다.

상원에서 통과된 세제개편안은 법인세를 오는 2019년부터 35%에서 20%로 인하하고, 상속세 면세한도를 550만 달러(약 59억7000만 원)에서 1100만 달러로 확대하는 등의 감세 방안을 담고 있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의무가입조항 폐지 및 개인소득세 과세구간 간소화 등의 부분이 하원에서 통과시킨 세제개편안과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양원협의회에서 조율한 뒤 합의안을 다시 상·하원 표결을 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상·하원 법안 모두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조정하는 내용을 공동으로 담고 있어, 미국 역사상 31년 만의 최대 규모 감세는 사실상 확정됐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도 이날 감세안의 상원 통과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큰 승리”라고 평가하며 미국 재계와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박준희·김다영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