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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8일(金)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30일간 20만명 추천받은 청원에 답변 ‘정부 - 국민 소통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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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한 시민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에 대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답변 방송을 보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1人 계정 4개 가능… ‘특정집단 과다대표’‘여론조작’ 우려도


청원권, 헌법 명시된 기본권
권익위 ‘국민신문고’도 해당

110여일만에 5만9100여건
최근 하루 약 800건 올라와

추천 20만회 넘은 건 총 5건
‘조두순 출소반대’ 61만 최다

‘30일간 10만회 동의’ 기준
백악관‘위더피플’ 벤치마킹

타인ID 쉽게 빌려올 수 있고
가치관·이념 쏠림 현상 논란

‘음악시상식 폐지해달라’ 등
연예인 팬들 황당한 요구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기존 포털 사이트를 넘어 온라인에서 가장 뜨거운 공간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한 달간 20만 명 이상의 추천이 있는 청원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을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에 익숙한 사람들과 특정 성향을 가진 집단의 주장이 과다 대표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답 형식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1 언제, 왜 개설됐나

‘국민청원 및 제안(국민청원)’ 게시판은 청와대가 지난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면서 만들어졌다. 앞서 청와대 홈페이지는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대통령 관련 자료실과 자유게시판 등이 폐쇄되면서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청와대는 국민과의 소통을 더 활발히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자유게시판이 아닌 국민 청원 게시판을 만들어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백악관 청원사이트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단순히 글을 게시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 추천과 이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 기능을 넣어 참여성을 높였다. 이후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 대통령이 수시로 강조한 직접민주주의의 한 실험 창구로 자리하고 있다.

2 운영 방식

청원 글은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가입된 계정으로 로그인해 올릴 수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 청원에 대한 동의는 마찬가지 방식으로 로그인해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할 수 있다.

청원기간은 30일이다. 청와대는 30일간 20만 명 이상이 추천하는 청원에 대해서 한 달 내에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의 장관 등 책임 있는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처음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관련 기준이 없었지만 지난 9월 3일 ‘소년법 개정’이 청원 마감 전에 20만 명을 돌파하자 이 같은 자체 규정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여인원이 기준보다 적은 경우에도 관련 조치들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국민에) 성실하게 상세하게 알려드리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3 청원 글 얼마나 올라올까

8일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은 5만9100여 건에 이른다. 게시판이 만들어진 지난 110여 일간 하루 평균 530건씩 글이 올라온 것이다. 청원 수는 날이 갈수록 급격히 늘고 있다. 초반에는 하루 200∼300건의 글이 올라왔지만 최근에는 800건을 훌쩍 넘는다. 지난 6일 하루 동안 올라온 게시글은 870여 건에 달했다. 홈페이지에서 한 페이지당 15건의 청원 글을 확인할 수 있으니 검색 기능을 쓰지 않으면 사실상 전날 올라온 글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수많은 청원 가운데 추천 수가 1000건이 넘어간 것은 150건 정도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이 게시판을 종합 관리하며, 요건이 충족되는 청원이 생기면 소관 비서관실과 협의해 답변을 구성한다.

4 20만명 넘긴 청원들

추천 수 20만 명을 넘은 청원은 5건이다. 가장 추천 수가 많았던 것은 단연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이다. 지난 9월 6일 게시됐던 글은 청원 마감일인 5일까지 61만5354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청소년보호법 폐지 청원은 29만6330명(9월 3일∼11월 2일), 낙태죄 폐지 청원은 23만5372명(9월 30일∼10월 30일), 주취감형 폐지 청원은 21만6774명(11월 4일∼12월 4일)의 추천을 얻었다. 권역외상센터 지원 청원은 현재 진행 중이다. 11월 17일 시작된 이 청원은 오는 17일까지 진행되는데 이미 20만 명을 넘어섰다.

10만 건을 넘어선 청원도 여럿 있다.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폐지 청원, 여성 국방의무 이행 청원이 각각 12만 명이 넘는 추천을 기록했다. 오는 10일 마감인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청원에 대한 동의도 10만 건을 넘겼다.

5 청와대가 답변한 청원들

청와대가 현재까지 답변한 청원은 모두 4건이다. ‘30일간 20만 명 이상 추천’ 기준을 충족한 청소년보호법 폐지, 낙태죄 폐지, 주취감형 폐지 청원 등이다.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은 연관성이 큰 ‘주취감형’ 폐지 청원과 함께 답변이 이뤄졌다. 모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답변에 나섰다. 인터뷰로 이뤄진 청와대 자체 제작 동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는 형식이었다.

조 수석은 1호 청원인 청소년보호법에 대해서는 “법 개정보다 예방과 교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낙태죄 폐지의 경우 “내년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심스레 관련 이슈의 공론화를 시사했다. 조 수석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해서는 “재심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주취감형’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선에서 답변을 마무리했다.

6 황당한 청원 사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나 청와대의 행정 조치와 관련이 없는 청원 사례도 다수 등장한다. 지난 1일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팬들이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 시상식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엑소가 시상식에 주요 부문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후 같은 내용의 청원들이 속출했는데 영어와 베트남어로 된 청원도 있었다. 인기 배우 배용준·박수진 부부의 삼성병원 특혜 의혹에 대한 조사 등 연예인 등과 관련된 청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미약한 청원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한 신광렬 부장판사 해임 요청 청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청원에 대해서는 수만 명이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7 여론조작·대표성 논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4개의 SNS 및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활용해 청원을 올릴 수 있다. 한 사람이 네 개의 계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본인이 청원을 올리고, 다른 사이트 아이디를 이용해 추천할 수도 있다. 청와대가 답변한 청원 중의 하나인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서 온라인 게시판에서 여러 개의 아이디를 활용해 추천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빌려오는 등의 방법도 가능해 여론조작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청원에서는 어떤 이해집단은 과다 대표되고, 어떤 집단은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8 청원 외 직접소통 방식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 개설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강조하고 있는 대국민 직접 소통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민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의 직접 정책 제안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매일 오전 SNS를 통해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생방송을 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 형식으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있어 청와대가 직접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와대 온에어’ 코너를 만들어 대통령 참석 행사를 생중계하는 것도 기존 언론의 기능을 대체하려는 행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9 기존 국민청원 제도

국민청원권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 기본권 중의 하나로 국민이 국가기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안에 대해 불만사항 시정이나 피해의 구제, 법령의 개정 등을 요청하기 위해 국가기관 등에 서면으로 희망을 진술하는 것을 말한다. 입법과 관련된 사안은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국회에 입법청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기관에 대한 청원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편이다. 일반 민원 접수 등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이전 정부 청와대는 청원이 접수되면 관련 부처로 청원 내용을 이관해 청원인에게 답변하도록 했는데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린다는 점이 지적됐다. 과거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은 따로 만들지 않고, 자유 게시판을 운영해 로그인이나 실명인증절차를 거쳐 일반 국민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10 해외 사례

전 세계 각국은 국민이 정부나 공공기관에 각종 고충이나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청원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다양한 장치로 이를 실현하고 있다. 국민의 청원권을 근대에 들어 실질적 권리로 만든 것은 1809년 스웨덴 의회에 처음으로 설치된 옴부즈맨 제도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이 벤치마킹한 미 백악관의 ‘위더피플’도 대표적인 청원권 보장 제도다. 위더피플은 특정 청원에 대해 30일 동안 10만 명 이상의 동의가 모일 경우 60일 이내에 백악관이 이에 관한 공식 답변을 내도록 하고 있어 청와대가 30일에 20만 명으로 공식 답변 조건을 정한 것보다 장벽이 낮다.

일본도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총리관저에 대한 의견모집’ 및 ‘각 부처에 대한 의견모집’ 등 두 가지 청원 창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일정 규모의 인원이 동의할 경우 정부의 공식 답변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유민환·박준희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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