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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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쌓인 눈은 햇볕이 좋으면 녹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온이 어는점 이하로 내려가면 지붕에서 떨어지던 물이 얼어붙어 끝이 뾰족한 막대기 모양의 얼음이 된다. 이것이 바로 ‘고드름’이다.

‘고드름’이라는 말은 아쉽게도 중세국어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18세기 문헌에서야 ‘곳어름’으로 보이는데, 그것도 용례가 하나이다. ‘곳어름’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어 ‘고드름’의 어원설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설은 ‘곳어름’을 ‘곧어름’에 대한 다른 표기로 보고, 이를 형용사 어간 ‘곧-(直)’과 동사 ‘얼다’에서 파생된 ‘어름’이 결합된 합성어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곧어름’은 ‘곧게 뻗은 얼음’으로 해석된다. 실제 ‘고드름’은 처마 밑으로 곧게 뻗어 있는 형상이다. 이와는 좀 다르게 형용사 어간 ‘곧-’과 동사 어간 ‘얼-’이 결합된 ‘곧얼다’에서 파생된 명사로 보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곧어름’이 ‘곧게 언 것’ 정도의 의미를 띤다.

‘곧어름’ 설보다는 못하지만, ‘곳어름’을 ‘곶어름’에 대한 다른 표기로 보고, 이를 명사 ‘곶’과 ‘어름’이 결합된 어형으로 보는 설도 만만치 않다. 중세국어 ‘곶’은 ‘꼬챙이’의 뜻이어서 ‘곶어름’은 ‘꼬챙이처럼 뾰족한 얼음’으로 해석된다. ‘고드름’이 끝이 뾰족한 꼬챙이 모양이어서 명실상부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고드름’이 ‘곶’을 이용한 ‘고지, 고조롬, 고지럼’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곶어름’ 설에 힘을 보탠다. 아울러 ‘곶’이 ‘곶게(꽃게), 곶갈(고깔), 곶광이(곡괭이), 송곶(송곳)’ 등에서 보듯 ‘꼬챙이’와 흡사한 모양의 것을 지시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된다는 점도 ‘곶어름’ 설을 뒷받침한다.

여러분은 ‘고드름’을 보고 ‘곧다’와 ‘뾰족하다’ 중 어떤 특징을 먼저 떠올리는가. 필자는 후자 쪽이어서 ‘곶어름’ 설을 지지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