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좇던 팬들, 이젠 ‘빅 스타’ 만드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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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강다니엘 생일 기념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축하광고

中선 황치열 앨범 8만장 구입
조용필 이후 솔로 최다 판매량

팬들이 스타를 무작정 따라다니던 시대는 지났다. 거대한 팬덤(fandom·스타를 좇는 팬들의 무리)은 철저한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이제 그들이 지지하는 스타들의 위상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4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한 전광판에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의 영상이 등장했다. 10일 그의 생일을 앞두고 팬들이 축하의 뜻으로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이 광고는 11일까지 노출된다.

주한미국대사관은 5일 공식 SNS에 이 광고 영상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며 “역대급 생일 축하 선물”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외에도 강다니엘의 팬들은 그의 고향인 부산을 비롯해 서울 강남, 마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30여 곳에도 스크린 광고를 띄웠다.

또 다른 예로 가수 황치열은 6월 발매한 첫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가 11월까지 21만9622장(가온차트 기준)이 팔려 올해 솔로 가수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이돌 그룹이 득세하고 음원이 앨범을 대신하는 시장 상황에서 솔로 가수로 이 같은 판매량을 보인 것은 2013년 조용필이 발표한 ‘Hello’ 이후 4년 만이다.

그 배경에는 강력한 중국 팬덤이 있다. 황치열은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지 않았지만 중국의 인기가 국내 인기까지 밀어올린 모양새다. 중국 팬들은 그의 생일(12월 3일)을 앞둔 11월 28일 앨범 8만 장을 한꺼번에 구매했다. 그들은 9억 원이 넘는 앨범 구매 영수증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인기 저변에도 그들의 공식 팬클럽 ‘아미’가 존재한다. 아미는 방탄소년단 관련 영상을 수시로 전파하며 그들이 전 세계 네티즌에게 알려지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역시 지난 6월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며 “특히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비욘세의 팬덤에 견줄 만하고 그들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에도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10~20대 팬들이 스타들을 따라다니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일정한 소득이 없는 어린 팬들이 스타에게 쏟아부을 돈을 모으려 아르바이트를 하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