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영장 기각…전병헌도 두번째 기각

법원 “역할·관여 다툼 여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13일 나란히 기각되며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군 사이버사의 정치관여 의혹과 관련해 당시 국방부와 청와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지목받은 김 전 기획관의 신병 확보가 좌절됨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향한 검찰의 칼끝은 초반부터 막힌 양상이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새벽 “주요 혐의사실에 대한 피의자의 역할 및 관여 정도에 대해 피의자가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같은 날 기업들로부터 한국e스포츠협회에 뇌물성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 등을 받는 전 전 정무수석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영장 재청구마저 기각되며 전 전 수석에 대한 불구속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뇌물 관련 범행이 의심되기는 하나, 이미 드러난 보좌관의 행위에 대한 피의자의 인식 정도나 범행관여 범위 등 피의자의 죄책에 관해 상당 부분 다툴 여지도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될 때처럼 두 번째 영장마저 ‘범행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지적돼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 안보라인의 핵심 참모로서 다른 공범들에게 정치관여를 적극 지시해 그 책임이 무거운 점을 간과한 면이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김 전 기획관 외에 당시 청와대 관계자 중 혐의를 두고 조사한 사람은 없다”면서 “아직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