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향상 vs 부작용 양산… ‘편의점 藥’ 확대 논란

약사들 17일 靑 앞 시위 예정
“전문 의약품 아닌데” 비판도

의사들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케어) 반대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약사들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선다. 약국이 아닌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 범위를 더 확대하는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약사들은 편의점 약 판매는 소비자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국민의 접근성과 편의성 향상 측면에서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약사회는 오는 17일 청와대 주변에서 16개 시·도약사회 및 분회 임원 등의 약사들이 참여하는 전국 임원 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와 달리 거리에 잘 나서지 않는 전문가 단체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잇달아 열고 있어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약사회의 집회 이유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논의 중인 편의점 판매 약 품목 조정에 대한 반대다. 복지부는 현재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4개 효능 군 일반의약품 13개에 대해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제산제와 지사제 등의 추가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방안이다.

약사회 측은 “모든 약이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약을 판매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관리체계 부실로 인한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정부 대책이 사실상 약 구매 시 생기는 부작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모습이라며, ‘심야 공공약국’이나 ‘약국 당번제’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 관점에서 편의점 판매 약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약국은 이른 아침 또는 심야 시간이나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아 이때 약 구매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편의점 약 판매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판매되는 약도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 의약품, 그중에서도 간단한 비상용 구급약 정도여서 부작용 우려도 크지 않다는 게 찬성 측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약국과 편의점 간 밥그릇 싸움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에서 판매된 안전 상비의약품 규모는 약 284억 원으로 편의점 상비약 판매가 처음 허용됐던 2013년에 비해 84.5% 증가했다. 약사회는 약을 파는 편의점이 3만여 개로, 약국(2만1443개)보다 많아 약국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