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가상화폐, 범죄 막고 신뢰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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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前 건국대 특임교수

정부가 13일 가상화폐 관련 관계 부처 긴급회의 후 대책을 발표했다. ‘가상화폐거래소의 고객자산 별도 예치, 이용자 실명 확인, 암호키 분산 보관, 가상화폐 매도매수 호가·주문량 공개, 자금세탁 방지 의무 부과’ ‘가상화폐 공개(ICO) 금지’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거래 금지’ ‘이용자 본인 명의 계좌 사용’ 등이다

우려했던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는 제외됐다. 거래소의 안정성 제고 방안과 범죄 악용 단속, 이용자 본인 명의 계좌 사용도 건전한 거래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일본과 미국 주정부 감독 협의체처럼 가상화폐를 재산적 가치를 지닌 거래 통화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거래의 제도화에 한 발 나아간 조치다.

그러나 ICO가 최근 벤처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원으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지는 문제가 있다. ICO는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 회사들에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는 것과 유사한 행위다. 유사 수신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선진국에서는 지난 6월부터는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원으로 가상화폐 공개가 엔젤 벤처캐피털 투자보다 두 배 이상 앞선다. 이를 규제하면 벤처기업 창업 생태계가 악화해 4차 산업혁명 추진이 방해 받는다. 금지보다는 일반 투자자들도 가상화폐 공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상화폐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미성년자의 거래 금지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부작용을 막는 건 필요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인 10대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이주민인 50∼60대의 잣대로 재단하면 부작용이 클 것이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각광 받는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비탈리크 부터린이 대학 입학 전이던 2013년 19세 때 개발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도 대부분 대학생이 개발했다.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의 프로게이머도 대부분 10대, 20대이다. 성원하고 밀어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블록체인 기반 산업이 성장하려면 블록체인 거래에 사용될 디지털 머니인 가상화폐도 필수적이다. 거래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하고, 거래를 종결짓는 금융 결제는 아날로그 머니로 하면 블록체인 기반 산업은 반쪽이 돼 외국의 블록체인 기반 산업과 경쟁에서 밀릴 것은 자명하다.

지난 10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도입된 비트코인 선물은 순조롭게 정착돼 가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에 베팅해 선물 가격이 급등, 개장 첫날 두 번이나 서킷브레이크(거래정지)가 발동되기까지 했다. 계약 체결량도 당초 예상치를 넘어서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미국 상품선물위원회(CFTC)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과 옵션 상장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CME도 오는 18일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예정이다. 나스닥과 도쿄금융거래소도 내년 상반기에 선물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다.

세금 부과를 위해서는 가상화폐가 화폐인지 상품인지 실체 규명을 먼저 해야 한다.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거래소 안정화 조치를 하려니 유사 수신행위 운운하게 된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가상화폐 사용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려 한다. 우리도 범죄행위는 근절하되, 투자와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해 투자자도 보호하고 4차 산업혁명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