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인간은 도우며 함께 발전… 연말 ‘相利共生’ 되새기자

생물이 사는 방식을 ‘바이오시스(biosis)’라고 부릅니다. 한 개체의 생활 방식이 다른 개체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 공생(共生) 관계에 있다고 말합니다.

둘의 관계가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를 상리공생(相利共生·Mutualism)이라 부르는데, 이 용어는 러시아의 혁명가인 크로폿킨이 주창한 ‘상호부조론’에서 유래한 것으로 상호부조론이란 인간은 경쟁이 아닌 서로 도우며 함께 발전한다는 논리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바이오시스일까요?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는 대기업의 몰가치와 각종 입시와 시험이 존재하는 무한 경쟁구도로 포장된 극도의 피로사회는 아닐까요? 어렵게 들어간 대학은 취업의 전쟁터로 변했고,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인턴과 비정규직, 그리고 열정페이라는 못된 형벌을 거쳐야 하는 청춘들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강남의 아파트 시세를 보면 과연 우리가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연말입니다. 거리엔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습니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시간입니다. 서로 돕는다는 기본에는 측은지심이 깔려 있습니다. 불쌍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나의 오만함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도우며 발전한다는 ‘상리공생’ 생물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입니다.

엄치용·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