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전기료 인상에… 초비상 걸린 산업계

“12년간 최소 55%인상 불가피”
최저임금 등 악재속 부담가중
10% 인상시 영업益 2.3%P ↓

정부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을 공개하면서 내년부터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경부하 요금) 인상에 나서기로 하자,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15일 “정부가 14일 밝힌 대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 발전 단가 상승과 물가상승률(연료비 변동은 제외) 등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어도 55% 이상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산업용의 원가 회수율은 이미 109%에 달하고 인상률(2000년 이후)은 84.2%에 이르는데, 추가로 더 올리면 24시간 가동하는 철강과 석유화학, 반도체 업종은 물론 심야 사용량이 많은 중소기업에 큰 경영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법인세 인상·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통상 압박·중국의 거센 도전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속에서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기업들은 앞으로 투자와 고용, 글로벌 경쟁력 유지 등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문화일보가 지난 7월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52개 대기업의 총무·재무 담당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4.6%였고, 10% 인상 시 영업이익률은 평균 2.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제조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이 8.5%(지난 1분기 한국은행 집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은 30% 가까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문화일보 8월 9일자 1·8면 참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산업용, 가정용 요금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심야 요금마저 올리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라는 거냐”며 “생산을 안 할 수는 없겠으나 국내 투자는 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전기는 원재료 부담에 이어 가장 큰 원가 압박 요인”이라며 “경부하 요금을 올리면 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관범·방승배·김남석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