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금융장벽…은행은 지금 플랫폼 전쟁 중 >AI·ICT 기업과 제휴…‘핀테크 强者 변신’ 은행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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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생태계 급변’ 치열한 생존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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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 블록체인 등 도입
금융 넘어 디지털 회사로 도약

하나금융, SK 텔레콤과 합작
NH농협銀,빅데이터 조직신설

‘부동산 플랫폼’ 개발도 적극적
KB‘리브온’등 매매정보제공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금융권 공세를 높이는 가운데, 국내 은행권 역시 블록체인 등 핀테크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회사로 발돋움하면서 반격 시도에 나서고 있다. 21일 국내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지난해 ‘디지털 파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은행 산업이 ‘우버 모먼트(Moment)’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가 기존 택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은행 산업 역시 핀테크 등 새로운 기술과 기업의 등장으로 생태계가 바뀔 위기를 맞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분석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은행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4년 9.6%에서 2016년 8.6%로 1%포인트 낮아졌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이런 경향이 더 뚜렷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웰스파고(Wells Fargo)는 핀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택했다. 웰스파고는 지난 8월 온라인 대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블렌드 랩스라는 핀테크 기업과 제휴했다. 대출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1위 웰스파고를 위협한 퀴른론즈 등 핀테크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또 다른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에 나선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 역시 세계적인 ‘우버 모먼트’ 대응에 합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을 강화해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 강력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기업과 합작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하나금융그룹은 SK텔레콤과의 합작법인 핀크(Finnq)를 통해 지난 9월 금융과 ICT를 결합한 서비스를 공개했다. 체계적인 지출 관리 경험이 적은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핀크는 인공지능 기반의 머니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공지능 로봇 ‘핀고’가 효율적인 자금관리 방안을 추천해주거나 소비 분석을 통해 금융진단을 해준다.

NH농협은행도 금융권 첫 오픈 플랫폼을 론칭하며 과감한 디지털 행보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초 빅데이터 전담조직인 ‘빅데이터 전략단’을 신설하고 이상엽 전 얍컴퍼니(Yap Company) 부사장을 새로 영입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9월에는 장현기 인공지능 전문가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채용했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역량은 내년 초 공개될 예정인 ‘슈퍼플랫폼’을 통해 가시화될 전망이다.

시중 은행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활용한 ‘부동산 정보 플랫폼’ 개발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은 주택 실거래가·매물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이 독자적으로 선보인 ‘KB부동산 리브온(Liiv ON)’과, KEB하나은행이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호갱노노’와 제휴를 맺고 지난달부터 개시한 ‘찾아가는 대출 상담 서비스’ 등이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 20일 서울·경기 지역 연립 및 다세대주택 시세를 조회할 수 있는 ‘소형 공동주택 시세 산정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우리은행도 조만간 아파트 2만8000여 개 단지의 정보·교통·학군 등을 검색할 수 있는 부동산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선진국과 달리 개인정보의 적극적인 활용이 쉽지 않은 점은 한계로 꼽히고 있다. 김태영 신임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정보공유,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규제 완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원은행들과 함께 정책당국에 적극 건의·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