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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27일(水)
기업도 국가도 생산성이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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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中보다 노동강도 약한 울산공장
알바 써도 車 나온다는 말까지
근로시간 단축에 생산성 빠져

생산성 향상이 혁신이고 성장
국가 잠재력도 최대 끌어올려
고용 유연화와 규제개혁이 답


현대자동차 노사가 마련한 임단협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창립 50년 만에 처음 해를 넘길 모양이다. 올 들어 순이익이 30%나 줄었는데도 평균연봉 9400만 원을 받는 현대차 노조원은 작년보다 미흡하다며 퇴짜를 놓았다. 현대차 노조의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간판 인사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대로 짚었다. 문 대통령 방중에 동행한 그는 트위터에 ‘중경(충칭) 현대자동차 노동자 평균 나이 26세(울산 46세), 월급 94만 원(울산 800만 원), 생산성 160(울산 100 기준). 품질은 더 좋다고 하니…’라고 올렸다. 기득권 노조를 비호해 왔으면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아냥을 듣긴 했지만, 분명한 팩트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 생산성이다. 울산 공장에서 차 한 대 만드는 시간이 현대차 국외 공장은 물론, 글로벌 경쟁사에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이제 놀랍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 주변에는 이런 믿기 힘든 얘기까지 나돈다. “알바를 써도 아주머니를 투입해도 차는 나온다”(송호근, ‘가보지 않은 길’). 현대차는 거듭되는 노사 분규의 대응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생산성을 결정하는 것은 더 이상 숙련도나 노동력의 질이 아니다. 충칭 근로자보다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건 노동강도, 곧 노동의 질 때문이다. 울산공장 작업 현장에선 8시간 노동 분량을 5시간 만에 뚝딱 해치우고 나머지 시간을 노는 ‘야리키리(‘해치운다’는 일본어)’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생산성과 직결되는 맨아워(man hour) 결정에 노조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최근의 노동 현안인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수가 빠져 있다. 한국의 지난해 근로시간은 연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최장 근로와 청년 백수가 공존하는 부조리는 해소해야 옳다. 그러나 문 정부나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을 외치면서도 한국 노동생산성이 28위로 꼴찌권이라는 점에는 의도적으로 침묵한다. 낮은 생산성을 그대로 둔 채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추가 고용 여력도 생길 리 없다. 근로자 임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임금 감축을 거부하면 중소 협력업체에 전가된다. 노사가 함께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일 방안을 찾아야 악순환을 피할 수 있다. 장시간 근로를 인위적으로 줄이려 할 게 아니라, 저생산성 상태로 방치된 구조를 고쳐 근무시간이 자연히 줄어들도록 하는 게 상책이다.

생산성은 부가가치를 투입 자원으로 나눈 것이다.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투입을 줄이거나 성과를 늘리는 것이다. 대개는 생산성을 공장의 생산 공정에 국한해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산업화 시대에 갇힌 낡은 사고다. 지금은 제조는 물론,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 비제조 분야에도 생산성이 중심이다. 핀테크·공유경제·모빌리티 등 최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성과들은 대부분 공장 밖에서 나왔다. 장시간 노동에 목매는 기업은 어차피 신산업 시대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생산성은 다른 말로 혁신이고, 또 성장이다. 글로벌 혁신 기업의 특징은 생산성을 모든 판단의 중심에 둔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혁을 주문했다. 직후 OECD도 약속이나 한 듯 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기관 모두 해결책은 고용 유연화와 규제 개혁을 통한 혁신 능력 제고다. 명쾌한 답이 나와 있는데도 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제빵사 직고용 등으로 고용 경직성을 더 키우고, 기업 규제는 더 늘리며 역주행이다.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최대화하는 것이 생산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나라의 성장동력을 유지·확대하는 데도 생산성은 필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기획자로 불리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인력·자본·기술을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원활하게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문 정부의 정책은 약자 보호 명분으로 생산성이 낮은 산업·기업·인력 유지에 몰두하거나, 생산성을 저해하는 노동 기득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식으로 혁신성장은 어림없다. 기업이든 국가든 결국 생산성이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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