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적표현물’ 몰수 신학철 그림 ‘모내기’ 위탁 관리 추진

박상기 “2001년 검찰 영구보존했지만 일부 훼손, 적절한 처분 필요한 상황”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해 몰수처리된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를 국립현대미술관에 위탁 관리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9일 “보관 장소와 방법이 적절치 않아 현재 작품이 일부 훼손된 상태로 적절한 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검찰에 국립현대미술관 위탁관리 등 처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1989년 검찰은 이 작품이 이적표현물이라며 신 씨를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하고 작품은 압류했다. 10년에 걸친 재판 끝에 1999년 파기환송심에서 신 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의 선고유예와 그림 몰수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같은 해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검찰은 이 그림이 사회적인 이목을 끈 중대 사건의 증거물이라고 판단해 영구보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그림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 있다. 이후 2000년 신 화백에 대해 특별사면이 이뤄진 뒤 문화예술단체들은 이 작품의 반환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거부했다. 현행법상 몰수 처리된 물건을 원소유자에게 반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환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이지만, 법무부는 작품이 더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관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법무부의 지시에 따라 문체부 산하 정부 미술은행에 ‘모내기’를 등록해 국립현대미술관에 위탁 보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특별한 관리 없이 미술품을 장기 보존하고 있어, 미술품 보관 전문 기관으로 이전해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신 화백의 1987년 작인 ‘모내기’는 상단에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잔치하는 사람들이, 하단에는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 양담배 등을 써레질하는 장면이 그려진 유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