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65세에 골프단 창단… “나이 들어도 어울려 共感 가능한 게 골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대길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경기 안양시 제이에스온 본사 사무실에서 자신의 클럽 장단점을 설명하고 있다.

정대길 ㈜제이에스온 대표

근육 사용 많아 골프선수에 좋은
이동형 ‘고주파 치료기’ 개발
“치료기 덕에 나도 비거리 늘어
50代 시절 190m 정도 보내지”

1996년 40代 중반 늦깎이 입문
美출장중 주말 생애 첫 라운드
OB 없어‘원 볼’플레이로 120타
15m 굴러 떨어진 행운의 버디도

‘실버 벤처’ 기업가 정대길(66) ㈜제이에스온 대표는 제2의 인생을 바쁘고 알차게 가꾸고 있다. 새 사업을 펼치면서 골프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 골프단까지 창단했다.

정 대표를 지난해 12월 29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대륭테크노타운 내 제이에스온 본사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1주일 이상 놀 수 없는 팔자”라며 “60세가 넘었기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활짝 웃었다.

정 대표는 61세이던 2013년 창업했다. 국회 사무처 공직자로 출발한 정 대표는 1986년 1988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로 파견됐고, 조직위 업무를 마친 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체육진흥공단 1급(체육진흥실장)을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명예퇴직을 선택했고, 3년간 경륜경정 장외발매소를 운영했다.

정 대표는 스포츠 재활에 관심이 많았고, 오랫동안 고주파 의료장비 연구에 매달려 온 개발자와 인연이 닿으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정 대표는 특히 고주파 치료기가 골퍼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직접 체험했다. 그는 몸에 안 좋은 근육이 있으면 그 부위가 후끈거리는데 인위적으로 전기적 에너지를 넣어 활발한 혈류 활동을 유도해 근육 사용량을 늘려준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고주파 치료기 덕분에 비거리가 늘어났다”면서 “50대 때로 돌아가 180∼190m 정도 보낸다”고 자랑했다.

정 대표는 창업 3년 만에 고주파 치료기 ‘하이퍼-500’을 개발했다. 저주파 치료는 피부 외피를 자극하는 방식인 반면 고주파는 짧은 시간에 피부 깊숙이 열을 전달해 치료한다. 기존 금속제품에서는 열전도 탓에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었지만, 정 대표는 절연 코팅기술을 적용했고 처음으로 4㎒ 기술을 응용, 고주파 출력으로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향후 암 발견이나 치료를 위한 목적 개발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허리통증, 고려대에서 관절염, 전북대에서 어깨관절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 고주파 자극기 시장은 미개척 분야로 꼽힌다. 고정 주파수 방식을 채용한 수입제품들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추세여서 고주파를 이용한 치료기 시장 전망은 아주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누구든지 쓸 수 있는 치료기가 돼야 한다’고 믿었기에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경량화 제품을 구상했다. 그래서 나온 게 ‘캐리어 기능’을 탑재한 10㎏짜리 이동형 치료기다. 이미 국내 10여 개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근육 사용량이 많은 운동선수의 염증, 피로 개선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일부 장애인 종목 국가대표팀에서 쓰고 있다. 또 프로골프 선수 중에서도 정 대표가 개발한 이동형 고주파 치료기로 효험을 본 사례가 있다.

제이에스온 골프단은 6명으로 구성됐다. 정 대표는 골프단 선수에게 먹고, 자고, 치료하는 ‘삼위일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회 참가비는 물론 3500만 원 상당의 이동형 치료기를 선수마다 1대씩 지급하고 건강 매트 등 각종 장비도 지급할 방침이다. 이동형은 셀프 치료가 가능하기에 선수들이 항상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훈련캠프도 마련해 소속 프로들이 한 곳에 모여 함께 연습하고, 치료받게 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체육진흥공단 사업조정부장이던 1996년 골프를 접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고,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늦게 입문했다. 골프채를 잡은 지 한 달쯤 지났을 무렵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로 출장을 떠나 머리를 얹었다. 현지 기업 관계자가 주말엔 특별한 일정이 없으니 골프장에 가자며 4팀을 꾸렸다. 팀당 현지 기업 관계자 1명이 포함됐다. 정 대표는 첫 라운드였지만 공 하나로 18홀을 완주하는 ‘원 볼’ 플레이를 펼쳤다. OB가 없었고, 페어웨이를 벗어나도 공이 보였기에 그대로 쳤던 것. 스코어는 120타를 훌쩍 넘겼다.

하나의 공으로 라운드를 완주하는 건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한 홀에서는 파 온에 실패하고도 버디를 잡아냈다. 그린 프린지에서 퍼터를 잡고 친 공이 내리막 경사를 타고 15m가량 굴러 홀로 빨려 들어갔다. 동반한 미국인이 깜짝 놀라며 “정말 첫 라운드가 맞느냐?”고 되물어볼 정도였다.

정 대표는 1∼2타 정도 ‘봐주고’ 70대 스코어를 남긴 적이 있지만, 제대로 적어낸 것 중에는 10년 전 전북 고창의 석정힐골프장에서의 82타가 베스트다. 이글은 딱 한 번. 충북 충주의 대영힐스골프장 파 4홀에서 어프로치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간 적이 있다. 체육진흥공단 재직 시절부터 스크린골프를 즐겨온 덕에 스크린에서는 언더파를 줄곧 남겼고 홀인원을 3차례나 작성했다. 정 대표는 “골프란 변칙이 통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가 드러나는 게임”이라면서 “나이가 들어도 항상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안양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