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87’ 촬영장에서 하정우(사진 맨 왼쪽)와 김윤석(오른쪽 두번째)이 촬영 분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감독 “참여 원한 배우들 많아”
박종철 고교후배 오달수, “잠깐이라도” 자청
개봉 11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의 흥행과 더불어 배우들의 자발적 참여와 서로가 서로를 이끈 캐스팅 과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7년을 다룬 ‘1987’은 7일까지 408만7434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했다. 7일 하루 동안 42만179명을 모아 ‘신과 함께-죄와 벌’(50만1046명)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1987’에는 배우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오달수, 유해진, 김태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출연 분량을 따지자면 기존 그들의 출연작을 고려했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은 ‘1987’의 주역이 되기보다는 뜨거웠던 그 시절을 살았던 대중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출연 분량이나 배역에 관계없이 이 영화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1987’ 출연을 결정한 김윤석은 연출자인 장준환 감독과 막걸리를 마시는 자리에 영화 ‘추격자’·‘황해’ 등을 함께 한 절친한 배우 하정우를 불러냈다. 작년 9월이었다. 당시 ‘신과 함께-죄와 벌’을 촬영 중이었던 하정우는 한달음에 달려왔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합류를 결심했다.
이후 김윤석과 하정우는 각각 영화 ‘검은 사제들’과 ‘전우치’, ‘군도’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강동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넷이 한 밥집에서 다시 만났다. 하정우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출연하기로 마음 먹은 후 일주일 단위로 ‘OOO도 출연한다고 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촬영을 준비했었다”며 “저와 김윤석 선배 모두 장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 이런 뜨거운 이야기를 장 감독이 이끈다고 하니 주저없이 동참한 것 같다”고 말했다.
‘1000만 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오달수 역시 출연을 자청했다. 극 중 신문사 사회부장 역을 맡아 짧게 등장한 그는 먼저 제작진을 찾아가 “작은 배역이라도 맡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고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후배이기 때문이다. 오달수는 “자랑스러운 선배님의 후배로서, 이 영화에 참여하는 게 도리이자 뜻깊은 일이 될 것 같았다”며 “감독님께 잠깐이라도 출연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셀프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이 외에도 박종철 열사의 삼촌 역으로 등장한 배우 조우진, 명동성당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김승훈 신부 역의 배우 정인기 역시 스스로 참여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먼저 출연 의사를 밝혀온 배우들이 있었다. 내겐 행운이었고 감동이었다”며 “1987년으로부터 30년 후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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