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일 나가는 이웃들 ‘따뜻한 밥 한 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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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1000원 식당’ 운영 청주 김일춘·박영숙 부부

“공짜는 부담스러워해 ‘1000원’
많을 땐 하루 150명까지 식사
건강 허락하는 한 아침밥 제공”

“공짜로 식사를 제공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할까 봐 1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는 특별한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단돈 1000원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따뜻한 밥과 국, 김치, 장아찌 등 7∼8가지 반찬이 나온다.

식당 대표 박영숙(여·65) 씨와 남편 김일춘(70·사진) 씨가 운영하는 ‘만나김치식당’은 지난 2008년부터 11년째 1000원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박 씨가 전날 밤늦게까지 국과 반찬을 준비해 놓으면 남편 김 씨가 새벽 5시에 식당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이른 새벽부터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건설 현장 근로자, 환경미화원 등 어려운 이웃이 주 고객이다.

이 부부는 2008년 처음 식당 문을 열었을 때 2∼3주간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해 왔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짜 밥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이 많아 1000원만 받기로 했다.

박 씨는 “아침을 공짜로 제공하다 보니 손님들이 공짜 밥 먹는 게 부담스러워 못 오겠다고 하시더라”며 “1000원이라도 받으면 편하게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손님들의 얘길 듣고 그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1000원만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1년 365일 중 설날과 추석 이틀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이 없다.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새벽 일을 나가야 하는 이들이기에 하루라도 식당 문을 닫으면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아침을 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부부의 ‘철학’ 때문이다.

이 식당에서 아침밥을 해결하는 이들은 하루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명에 달한다. 여름철에는 150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 저렴한 가격으로 따뜻한 정성이 담긴 아침 한 끼를 해결한다. 식사 후 계산은 손님들이 알아서 준비해 놓은 바구니에 놓고 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박 씨는 “밥값은 내고 싶으면 내고, 말고 싶으면 말라는 취지”라며 “우린 별도로 음식값 관리는 안 하고, 손님들이 다 가시고 난 다음 바구니만 들고 온다”고 했다.

큰 이윤이 남지 않는 장사인 데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 부부는 이웃을 위해 앞으로도 매일 아침 1000원 밥상을 운영할 계획이다. 박 씨는 “손님들이 아침밥 드시고 가실 때 ‘잘 먹고 갑니다’라고 꼭 인사해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며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식당을 계속 운영해 저렴한 가격으로 따뜻한 아침밥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진민수 기자 stardu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