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 고삐풀린 강남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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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인상 등 각종 규제 불구
1주새 1억↑…연초부터 치솟아

다주택→똑똑한 한채 선호변화
특목고 폐지에 교육수요 밀물
재건축 규제 공급 제한도 한몫

새해 초부터 서울 강남권 집값이 치솟으면서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강남 3구) 주요아파트는 지난 일주일 새 1억 원 이상 오르는 등 매물 품귀 현상 속에 호가(부르는 값)가 상승하고 있다.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4월부터), 보유세 인상 방침 등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몰리며 ‘시장 반격’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8일 강남권 부동산중개업소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강남권 아파트값은 새해 초부터 재건축 이슈와 교육수요가 집중하면서 강남구 대치동 등을 중심으로 매물 품귀 현상을 보이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의 새해 첫 주 시세 조사에서도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78%, 송파구는 0.71%로 급등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7층)는 지난해 12월 전달보다 1억5000만 원 오른 20억 원을 찍은 데 이어 1월 현재 호가는 21억~22억 원에 나와 있다. 압구정 구현대 아파트 82.5㎡도 지난해 11월만 해도 1층이 17억2000만 원에 매매됐으나 1월 현재 가장 싼(호가) 물건이 1층 19억 원에 이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84.8㎡(15층)는 지난해 11월 19억 원에 거래됐으나 1월 현재 21억 원 선에 호가가 형성됐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03.5㎡(14층)는 지난해 11월 16억 원에 거래된 데 이어 12월 말 17억1000만 원에 매매됐다. 이 아파트 현재 호가는 18억 원 선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에도 강남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공급은 한정된 상황에서 수요는 증가하는 것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 등의 ‘똑똑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자녀 증여 수요, 새 정부의 특목고·자율형사립고 우선선발권 폐지 방침 등에 따른 교육수요 강남권 집중, 다주택자 중과와 보유세 강화보다 강남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매도 물량은 없는데 사려는 대기 수요가 많아서 강남 집값이 오르고 있다”면서 “정상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 각종 규제가 제대로 시장에 작동하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박수진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