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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0일(水)
공간 넘어 共同體 의식까지 공유… 진정한 ‘셰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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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슐 형태의 2층 목조침대. 방 안에 마치 여러 채의 집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신창섭 기자 bluesky@

이상적 주거 나눔 ‘하품’

땅값 비싼 강남서 내 집 갖기
‘하우스, 꿈을 품다’의 줄임말

거실이자 작업공간 카페 꾸며
입주민 파티 ‘커뮤니티’ 유도

정원엔 해먹·파라솔 등 설치
이웃들과 친해지는 공간 활용

침실은 캡슐 같은 목조 침대
소음 막고 사적공간 보장해줘


공유경제가 세계적인 화제로 떠오르면서 공유의 바람이 동네 골목까지 불어 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집 앞을 나서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가 대기하고 있고 좀 더 멀리 갈 때는 공유택시를 사용하면 된다. 사무실을 개인적으로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유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다. 멀리 출장을 갈 때도 비싼 호텔 대신 각자의 사정에 맞는 공유숙소를 이용하면 된다. 요즘은 이동수단이나 사무 공간뿐만 아니라 입는 옷에서부터 생활에 필요한 공구까지 공유가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다. 공유의 바람은 주거 형태에까지 침투해 셰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공유주택이 동네 속에 등장하게 됐다. 사실 집을 나누어 쓰는 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주택 일부를 다른 가족에게 세를 주거나 하숙집처럼 여러 사람이 집을 공유하는 형태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셰어하우스는 공간의 공유를 통해서 공동체 형성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가장 땅값이 높기로 유명한 강남역 인근 주택가에 등장한 셰어하우스 ‘하품’은 이름부터가 독특하다. ‘하우스, 꿈을 품다’라는 말에서 가져온 이름에서 이곳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자기 소유의 집을 갖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물며 강남에서 집을 갖는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에게는 꿈같은 일일 것이다. 집에 대한 꿈을 함께 꾸어보는 공간으로 하품은 안성맞춤이다.

▲  하품을 찾으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카페. 입주민들의 공동 거실 공간이자 작업 공간이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이곳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카페다. 이 카페는 입주민들의 거실이자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셰어하우스 하품에는 개인적인 책상이 없다. 의도적으로 개인 책상을 없애 공부나 작업을 해야 하는 입주민들이 카페를 이용하도록 한다. 이렇게 카페에 모인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커뮤니티를 유도하고 있다. 하품의 이러한 시도는 입주민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는데 학생들은 이곳에서 사회 선배들에게 취업에 대한 조언을 얻기도 한다. 하품은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주말에는 작은 파티나 강의를 열고 있다. 카페와 연결된 정원은 하품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다. 대지 면적의 절반 크기를 자랑하는 이 정원은 소나무, 대나무, 배롱나무 같은 품위 있는 나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해먹과 파라솔은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오아시스처럼 다가온다. 이 카페와 정원은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입주자들이 머무는 공간은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공용 공간으로는 거실과 주방, 목욕실, 빨래방이 있고 사적인 공간인 침실은 1, 2인실과 4인 내지 8인이 함께 사용하는 다인실로 구성돼 있다. 침실마다 구글,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IT 기업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입주자 중에는 IT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많다. 캡슐 호텔을 연상케 하는 2층 목조침대는 그 형태가 창문을 가진 집처럼 생겨 방 안에 여러 채의 집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음 방지와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단단하게 만들다 보니 이러한 형태가 됐다고 한다. 개인 공간인 침대는 작지만 비교적 넓은 공용 공간이 있어 전체적으로 여유가 느껴진다. 또한 집 곳곳에 숨어 있는 편의시설에서 섬세한 배려가 느껴진다.

▲  하품의 마당. 마치 3대가 함께 거주하는 ‘마당 있는 집’을 연상시킨다.(아래) 신창섭 기자 bluesky@

셰어하우스의 등장은 전통적인 주택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랫동안 주택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사는 공간으로 인식됐다. 아직도 가족드라마에서는 3대가 함께 사는 마당 있는 집을 가장 바람직한 주거형태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을 탄생시켰다.

독립성과 편의성을 강조한 아파트는 핵가족의 합리적인 주거형태가 됐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특히 자녀 양육은 맞벌이 부모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대가족과는 달리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사람을 써서 육아와 살림을 맡겨 보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육아공동체를 위한 공동 주거다. 둘 이상의 가족이 아이들을 돌보거나 취미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집을 말한다. 육아공동체 주택은 공동체 마을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목적에 따라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다.

하품은 직장인과 학생을 위한 맞춤형 공유주택이다. 셰어하우스는 경제성과 편의성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핵심은 공동체이다. 공유주택이 뜬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셰어하우스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핵심인 공동체 형성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리 있는 가족을 대신해 서로에게 힘이 돼주고 따듯하게 품어줄 수 있는 셰어하우스를 기대한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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