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과 30년만에 고위급 회담 길터… 中 반발

외교·국방관료 상호방문 허용
하원, 대만지원법 2건 통과
상원·트럼프 서명만 남아

中 “하나의 중국 위배” 비난
美·中 관계 크게 후퇴할 듯

미국 하원이 최근 미국과 대만 고위 인사 교류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반적인 미·중 관계 악화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 카드’를 활용해 중국과 외교·안보 및 경제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밍바오(明報) 등은 미국 하원이 지난 9일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인사 교류를 증진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에 대만의 옵서버 자격을 재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들은 지난해 1월 3명의 하원 의원이 발의해 10월 하원 외교위원회를 거쳤으며 상원 통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 놓고 있다.

SCMP에 따르면 대만여행법은 미국과 대만의 관료들이 상호 방문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특히 외교 및 국방 부처를 포함한 양측의 고위 관료들이 만나 협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지난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절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30년 만에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회담이 가능해진 것이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 대사관 격인 대표부를 두고 영사 및 비공식 외교업무만을 해왔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군함의 대만 항구 기항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기로 결정해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의 리커신(李克新) 공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미국 군함이 대만 가오슝(高雄)에 도착하는 날은 바로 인민해방군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밍바오는 대만여행법을 발의한 스티브 채벗(공화·오하이오) 의원의 “미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미·중 관계가 크게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SCMP는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의 서명 카드를 손에 쥐고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