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학대 우려… 에티오피아, 해외입양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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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법안 통과… 몇주내 발효
수천명 고아 보호 시스템 고민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 불린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가 입양아들의 학대가 우려된다며 해외 입양을 전면 금지했다.

10일 AFP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의회는 이날 에티오피아 아동의 해외 입양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몇 주 안에 정부 관보에 게재되는 즉시 발효될 예정이다. 에티오피아는 전 세계에서 미국 입양 규모가 큰 네 번째 국가로, 지난 1999~2016년 미국으로 입양된 에티오피아 아동은 1만5317명에 달한다. 에티오피아 아동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도 입양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해외 입양 금지 논의가 불붙은 것은 지난 2013년부터로, 한 미국 부부에게 입양된 에티오피아 소녀가 장기적으로 학대받고 굶주림에 시달리다 끝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외 입양 아동의 학대 문제가 불거졌다. 또 에티오피아의 해외 입양 절차가 부실해 아동들이 입양 도중에 인신매매 업자들의 표적이 된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돼왔다. 이에 덴마크는 2016년 에티오피아 출신 아동의 입양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제 문제는 수천 명의 에티오피아 고아들을 에티오피아가 어떻게 보호하느냐다. 에티오피아의 새로운 아동 정책에 따르면 고아들은 고국에서 자라나야 하며 에티오피아 내에서 다른 지역으로 입양되거나 친척이나 다른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에티오피아 의원들은 고아들을 비롯한 에티오피아의 아동들이 지역의 복지 시스템 속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 에티오피아가 모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충분한 복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지만 아직 수백만 명의 국민이 가난하고 수천 명의 고아는 여전한 사회문제로 지적된다. 많은 고아는 친척 집에 맡겨지다 결국 거리에서 떠돈다.

한국에서는 1999~2016년에 2만318명의 아동이 미국으로 입양됐다. 지난 2014년 미국 메릴랜드주에선 한국 입양아 출신 현수(당시 3세) 군이 양아버지인 브라이언 패트릭 오캘러건(40)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에 어릴 때 입양됐으나 시민권이 없어 추방 등 신변 불안에 놓인 한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입법 운동이 이날 미 의회에서 펼쳐졌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