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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1일(木)
합리적 경제정책이 ‘삶 개선’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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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 경제학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해야 합니다.”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치를 경신하자 한 언론은 사회병리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 수행을 굳건하게 지탱해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국민은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삶의 질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문 정부 집권 이후 1년이 넘도록 ‘태극기 집회’는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현직 검사가 자살하고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구속됐는데 정의가 실현되고 있는지는 체감하기 어렵다. KBS와 MBC의 이사진과 경영진은 어떻게 교체됐는가. 공기업 임원진들은 어떻게 임용되고 있는가. 투명하고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했다. 국제사회는 최고 강도의 제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탈북하려다 실패해 자살했다는 북한 핵(核) 과학자의 이야기도 들린다. 평창동계올림픽 한 달을 앞둔 지난 9일 남북 고위급이 만났으나 핵 폐기는 논의도 못했다. 한반도 평화는 위태롭기만 하다. 또,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는 낚싯배가 전복돼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으며,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7년의 고용상황은 나빠지고 물가도 더 올랐다. 10일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 동향을 보면, 연간 실업자는 102만8000명으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청년실업률 역시 9.9%로 최악을 기록했다. 국민의 삶이 팍팍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고통지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래 지향적이고 건설적인 비전이 없다. ‘적폐청산’이 국민의 박수를 받기 위해서는 제도와 관행의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국내 정치를 위해 국가기밀을 파헤치고, 외교관계를 훼손한다면 그 손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리고 경제 정책 방향이 잘못 설정됐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임금주도 성장론과 유사하다.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 피해가 바로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고되고 퇴직자들의 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는 음식·숙박업과 같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은 농업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세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농민과 서민도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법인세를 내리는데 우리는 거꾸로 더 올렸다. 세금 올려서 경제를 좋게 만든다는 경제 이론은 들어본 적이 없다. 금리도 올렸다. 가계부채로 신음하는 서민의 부담이 더 늘어났다.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비용이 오르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올렸다. 고비용 경제 구조로 어떻게 경제를 살릴지 의문이다.

대통령의 어제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반성도 새로운 정책도 없었다. 청와대의 일자리 상황판은 어떤 숫자들로 채워져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해외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경기 활성화의 호기다. 경제원리에 입각한 합리적 정책만이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 듣기 좋은 말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부합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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