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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2일(金)
先동맹 vs 先민족, 다시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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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국제사회, 文 정부 北 접근 주시
올림픽 後 더 엄혹한 현실 올 것
남북 관계 풀릴 때 더 조심해야

대북 접촉 美에 사전 설명하고
동맹 혜택 누리며 폄하 말아야
DJ도 김정일 아셈 초청 뜻 접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들이 던졌던 질문에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 ABC·워싱턴포스트·BBC 모두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면 문 정부는 누구 편에 설 것인지를 물었다. 민족이냐, 동맹이냐? 문 정부는 ‘미국이냐, 중국이냐?’에 이어 또 다른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 답하라는 재촉을 받고 있다.

민족과 동맹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원초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동맹과 민족 간의 모순이 최고점에 오른 시기에 출범했다. 북한은 핵·장거리미사일 완성을 선언했고, 미국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 특히 군사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문 정부는 무력 충돌에 강력히 반대한다. 그걸 잘 아는 북한은 우리를 방패 삼고, 경제적 지원도 얻기 위해 문 정부에 대화를 제안했다. 예고된 수순이었다.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평창 초대장을 받은 북한은 동계올림픽기간에 선수단·응원단·예술단 등을 총동원해 ‘우리 민족끼리’라는 감성(感性)을 최대한 고조시키려 할 것이고, 문 정부와 진보 진영도 호응할 것이다. 그러나 잔치는 곧 끝나고, 세상은 냉엄한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문 정부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문 정부가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해나갈 방법이 있을까. 국제사회의 현실, 지난 정권들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첫째, ‘선(先) 동맹, 후(後) 민족’. 먼저 동맹의 편에 확실히 선 다음 민족으로 접근을 시도하라. 그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 없어도 잘 살지만, 미국 없으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군사·교육·첨단기술·대중문화 강국이다. 주한미군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으로부터도 우리나라를 보호한다. 북한은 지금 전 세계의 적(敵)이 됐다. 북한 때문에 세계와 등질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밝힌 대로 남북 관계 개선은 핵 문제 해결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동맹을 유지하려면 말조심부터 해야 한다. 특히 동맹의 혜택은 다 누리면서 함부로 폄하하지 말라. 보수적 외교관들은 김영삼 대통령의 말 두 마디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에까지 빠지게 됐다고 믿고 있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1993년 2월 취임사)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1995년 11월 장쩌민 중국 주석과의 공동 기자회견) 장삼이사의 발언도 기록이 남는, 비밀이 없는 시대다. 미국은 물론 일본도 무서운 상대다.

셋째, 북한과의 접촉을 동맹인 미국에 설명하라.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중·소와의 수교를 미국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당시 북방외교를 주도했던 김종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적극적으로 미 정부에 협상 취지와 과정을 설명하면서 설득했다고 한다. 특히 사후 설명은 힘이 들고 시간이 걸렸는데, 사전에 설명하면 미국도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사후 해명보다 사전 협의가 훨씬 효과적이란 것이다.

넷째, 잘나갈 때 조심하라. 북한이 한동안 도발을 중단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위기에 빠지는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 남북 관계가 순조롭게 풀릴 수도 있다. 그럴 때 흥분하면 안 된다. 본질은 바뀐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김대중 대통령은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앞두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됐다. 26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건국 이래 최대 외교 이벤트가 김 대통령의 수상을 축하하는 축제의 장을 겸하게 됐다.

한껏 기분이 고조된 김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대하도록 지시했다. 김 위원장을 국제무대에 데뷔시켜 노벨상 수상 의의를 더 높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참모들은 말렸다. 김정일을 위해 아시아·유럽 정상들을 ‘들러리’로 만들 수는 없다고 간언했다. 김정일이 실제로 올지도 불투명했다. 김 대통령은 결국 포기했다. 김 대통령처럼 신중한 정치인도 때때로 ‘오버’할 때가 있다. 그래도 귀는 열려 있었다. 문 대통령은 아직 김대중 대통령만 한 경륜이 없다. 문 정부 참모들이 그때 참모들보다 유능하거나 용감한지도 모르겠다. 남북 관계 개선, 늘 현실을 잊지 말고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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