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기업, 홍콩·싱가포르·말레이에서도 합작형태로 제재 회피하며 현금 조달”

WSJ “담배 밀수액 등 송금”

전 세계에 소재한 북한 기업의 폐쇄 시한이 지난주로 끝났지만 대북 제재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기업들이 전 세계 수십 곳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WSJ는 이날 “중국·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이집트 등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에서 해당 국가 기업들과 교묘한 합작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 기업들이 담배, 통신 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캐시’를 창출해 북한으로 송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이들 외국 기업이 북한과의 연관성을 은폐하면서 대북 제재 효과도 무력화되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9월 12일 120일 내에 전 세계 국가가 자국 내 북한 기업을 폐쇄하도록 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통과시켰다.

신문은 미국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 담배 밀수액의 상당 부분을 북한이 차지하는 등 북한과 연계된 기업들이 평양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자금은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 김정은 정권 유지에 협조하는 당과 군부 고위 관료들의 사치품 수입에 쓰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북한 기업과 합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 미디어 & 테크놀로지’의 경우, 북한의 ‘우편&통신 회사’가 지분의 7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집트 정부가 청산했다고 밝힌 북한 은행 ‘오라뱅크’도 여전히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태국의 전선 및 케이블 회사인 ‘차룽’도 북한과 관련된 두 개의 조인트 벤처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국의 담배회사인 BAT도 북한 벤처 기업이 보유한 지분을 처분했으나 여전히 지분 관계에서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