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창합의 이후>“문화행사, 유치때부터 심혈 기울였는데…‘北의 축제’ 만드나”

평창·강릉 주민들 허탈감 극심

정부가 평창 실무회담을 통해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 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최지 주민들은 허탈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9일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군·강릉시 주민들은 정부의 이번 합의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박덕수 평창군 번영회장은 “문화행사를 하려면 개최지인 평창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민 상당수가 정부의 이번 합의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있고, 평창올림픽이 지닌 가치가 퇴색하는 것 같아 아쉬움도 많다”고 했다. 이욱환 평창 문화원장은 “올림픽 유치 때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각종 문화행사가 오케스트라 공연 등으로 소외된 것도 모자라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가 치러지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며 “지역의 향토색 짙은 문화 공연은 완전히 소외됐다”고 말했다.

빙상 개최 도시인 강릉시 주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종봉 강릉시 번영회장은 “평화 올림픽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북한에 끌려다니면서 올림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라며 “북한의 참여가 가시화되면서 강릉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는데, 이렇게 되면 다 강물 건너갔다”고 했다.

정치권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평창군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염동열 최고위원은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가 안전을 담보로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올림픽을 유치한 평창과 대한민국 국민은 소외감과 허탈감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민수 기자 stardu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