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시즌제’… 예능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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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집중… 새 콘텐츠 개발
‘콘크리트’ 장수 프로 밀려나

‘윤식당’ ‘효리네’ 인기 질주
지상파들도 체질 변신 나서

예능의 물길이 달라졌다. 10년 안팎의 생명력을 유지하던 ‘장수 예능’ 대신 휴식과 집중을 도모할 수 있는 ‘시즌제 예능’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편성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이라는 명제 아래 좀처럼 바뀌지 않던 ‘콘트리트 편성’에 균열이 가는 모양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10여년 전부터 시즌제 예능을 정착시키려는 시도는 있었다. 2006년 SBS ‘헤이헤이헤이’ 시즌2가 론칭됐고,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해피투게더’는 2001년 시작 이후, 각각 2005년과 2007년 시즌2, 시즌3로 갈아탔다. 하지만 시즌3가 10년 넘게 방송되고 있어 ‘해피투게더’라는 이름만 빌렸을 뿐, 진정한 의미의 시즌제 예능이라 볼 수 없다.

지상파가 시즌제 예능을 기피한 이유는 장기적인 사랑을 받는 예능을 발굴해 편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몇 년 간 시청자들이 질리지 않을 만한 포맷과 소재를 갖춘 예능을 만드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며 “이 때문에 예능국은 단발적인 시즌제 예능보다는 안정된 시청률과 광고를 유지할 수 있는 장수 예능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성의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예능의 흐름을 시즌제로 바꿔놓는 이유가 됐다. 지상파에 비해 제작 여건이 좋지 않고 시청률이 낮았던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은 장기간 편성이 어려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 그 결과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tvN ‘삼시세끼’, ‘윤식당’, ‘신 서유기’ 등 인기 예능은 모두 시즌제로 운영되고 있고, JTBC 역시 ‘히든싱어, ‘팬텀싱어’에 이어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비긴 어게인’, ‘효리네 민박’ 등을 시즌제로 선보인다.

이에 따라 지상파 역시 체질 개선에 나선다. 최승호 MBC 사장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봄 개편부터 예능에 시즌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다양한 파일럿을 만들며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MBC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사진)의 시즌제 전환이 예상된다. 10년 넘게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태호 PD는 그동안 피로를 호소해 왔다. ‘무한도전’이 시즌제를 선언하면 다른 장수 예능에도 연쇄 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지상파 예능국 PD는 “tvN은 다양한 시즌제 예능을 순차적으로 엮어 띠편성(같은 시간대에 동일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것)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제작진 역시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는 시즌제 예능을 선호하는 만큼 방송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