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엄 로날드 대위가 지난 17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해군 3함대 사령부 부두에서 해난구조대(SSU) 혹한기 훈련 중 바닷물에 뛰어들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할아버지·아버지 代 이어 ‘군인의 길’ 엄 로날드 대위
용산서 태어나 美서 고교까지 커
“20세 때 한국해양대 진로 선택
위기 처한 사람 구하는 일 보람”
“대한민국 최정예 군인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해군 제3함대 사령부에 근무하는 엄 로날드(28) 대위의 말이다. 그는 까만 머리 외국인에서 대한민국 해군 장교가 됐다. 그것도 최정예라 할 수 있는 해군 특수부대 해난구조대(SSU)의 장교다.
키 181㎝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엄 대위는 2013년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해 피지 국적을 포기했다. 주한 미군 출신인 아버지가 한국에서 복무할 당시 용산 미군병원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건너가 살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자신의 조국인 대한민국의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한국에 들어왔다. 그의 부모 역시 이 같은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고교 졸업 후 호주나 뉴질랜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그는 한국해양대에 입학해 학군단(ROTC)이 됐다. 한국사관학교가 목표였지만 재외국민 전형이 없어 학군단이 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20세 성년이 되자마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엄 대위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한국군이었다”며 “대를 이어 조국에 충성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엄 대위의 가족은 3대가 모두 군인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군 장교 출신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그의 아버지 역시 공군을 제대한 뒤 미국에 건너가 영주권을 취득, 미국에서 육군으로 복무했다. 엄 대위는 “엄청난 업무와 훈련 강도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최정예란 자부심이 더 크다”며 “대한민국 군인이 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엄 대위는 SSU가 되기 위해 30주간 이어진 지옥훈련을 이겨냈다. 혹한의 환경에서 6㎞를 수영하고, 수심 40m 잠수와 20㎞ 구보도 거뜬히 해냈다. 엄 대위는 2015년 전남 신안군 가거도 헬기 추락 때 실종 해경 수색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해경은 기상악화에도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헬기를 출동시켰다가 4명의 대원을 잃었다. 엄 대위는 “목숨을 걸고 출동한 해경을 단 한 명이라도 구하지 못한 아쉬움이 지금까지 군 복무에서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엄 대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대원 20명과 함께 혹한기 훈련 중이다. 영하의 날씨에 상의를 탈의한 반바지 차림으로 칼바람 부는 해안가를 구보하고 바닷물에 뛰어들기를 매일 같이 반복한다. 해난구조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극한의 환경을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엄 대위는 “특공대라는 자부심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정진하는 군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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