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비판 의견 급증하자 ‘댓글 의혹’ 수사 의뢰한 네이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 댓글이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포털업체 네이버는 21일 “청와대 게시판에 네이버 댓글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올라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에 진상을 밝혀 달라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공개했다. 야권(野圈)을 공격·매도하는 의견의 ‘댓글 폭탄’엔 가만 있던 네이버가 여권(與圈) 비판 의견이 급증하자 수사를 의뢰한 것부터 개운치 않은 일로, 근본적 대책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청와대 게시판에서 ‘추천 수 조작 의심’이 집중 제기된 댓글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다. 한 언론사가 작성한 ‘평창올림픽의 한반도기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 뿔났다’ 등에 대한 ‘공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조작 의심 대상으로 삼았다. 네이버 측은 “정말 이용자들의 추천인지, 누군가가 자동 실행 프로그램을 통해 조작한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여당의 눈치를 살핀 조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네이버의 댓글이)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고, (문 대통령) 지지자를 농락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를 묵인·방조하는 네이버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으른 사실과도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기사 댓글에 ‘공감’과 ‘비공감’을 익명 표시하는 포털 시스템은 조직적 여론 왜곡 소지가 크다는 사실이 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포털이 직접 노출하면서 자의적 편집까지 함으로써 사실상 언론기관 역할을 하면서도 책임에선 벗어나 있는 ‘문제의 근원’부터 입법으로 바로잡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