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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9일(月)
전혁림 화백 ‘통영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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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이른 아침 통영 앞바다에 나가면 물고기를 잡으러 나온 작은 돛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작품 통영항은 바다 위에 얽히고설킨 돛배들, 그리고 돛과 돛 사이로 아침 해가 들어와 붉게 물든 바다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에게 통영 아침 바다의 활기와 생명력은 삶의 희망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흔히 ‘바다의 화가’ ‘색채의 마술사’ 등으로 일컬어지던 전혁림(1915∼2010) 화백의 대형 작품 ‘통영항’을 두고, 그의 아들인 전영근 화백이 출간한 책 ‘그림으로 나눈 대화-화가 전혁림에게 띄우는 아들의 편지’에 담은 한 대목이다. 단순미(單純美)가 두드러지면서도 화려한 반(半)추상인 ‘통영항’은 경남 통영에서 평생 작품 활동한 전혁림이 2005년에 연 서울 전시회 ‘구십-아직은 젊다’에 선보였던 작품이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전시회를 찾아 그의 손을 잡고 “젊은 날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통영 달아공원을 찾아 다도해를 내려다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고백함으로써, 전 화백이 2006년 새로 그려준 작품을 청와대에 건 사연 등도 있다.

통영수산전문학교 출신인 전혁림은 미술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익혔다. 평생에 걸쳐 학연·지연 중심의 중앙 화단과 거리를 두고, ‘한국적 색면(色面) 추상’을 독자적으로 개척한 한국 현대미술 1세대이기도 하다. 그는 시인 유치환·김춘수와 작곡가 윤이상 등과 통영문화협회도 창립해 함께 활동했다. 입버릇처럼 “자연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선생”이라거나 “미술은 국적이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의 그림뿐 아니라 도자기·목조각 작품 등도 후대 화가들에게 ‘끝없는 영감(靈感)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혁림 대표작 100여 점으로 꾸민 ‘The Blue Sea In The Blue House-님을 위한 바다’ 전시회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K현대미술관에서 지난해 11월 9일 시작했는데, 오는 2월 11일 끝난다. 살아서 펄떡이는 느낌의 코발트블루와 오방색을 조화시킨 ‘통영항’ 원작과 ‘한려수도의 추상적 풍경’ ‘코리아 판타지’ ‘누드 연작’ 등 그림뿐 아니라, 높이 3.5m에 이르는 대형 도자기 작품 ‘통영 항아리’ 등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거장(巨匠) 전혁림의 예술혼과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 등이 녹아든 찬연한 작품들 앞에 오래 서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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