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5600億원대 가상화폐 해킹…우린 대책 서 있나

일본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체크’에서 최악의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고객 26만 명 계좌에 있는 580억 엔(약 5660억 원)의 가상화폐가 털렸다. 2014년 터졌던 당시 세계 1위 거래소 일본 마운트곡스의 해킹 피해액(4700억 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가상화폐 안전성에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 또 드러난 셈이다. 이번 해킹 원인도 거래소의 시스템 관리 부실이다. 서버에 보관된 가상화폐 정보를 인터넷과 분리하지 않은 채 보관해 사달이 났다.

가상화폐 존재를 일찌감치 인정한 일본 사정이 이럴진대 한국 보안 실태는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미 국내에서도 지난해에만 4차례 해킹 피해가 드러났다. 가상화폐 거래소 1세대로 알려진 한 곳은 20% 가까이 도난당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해커들이 가상화폐를 새 표적으로 삼는 건 은행계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현금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10개 거래소 중 보안점검 기준을 통과한 업체가 단 한 군데도 없을 만큼 국내 보안체계는 극히 허술하다. 국내법상 신고만 하면 누구나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어 대부분 영세한 데다 적용할 보안 규정도 없으니 돈이 드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리도 만무하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량은 하루 6조 원이 넘는다. 고위험 투자인데도 2030 청년층에 직장인, 주부, 고교생까지 가세한 대표적 국민 ‘투자상품’이다. 그러니 국내 거래소에서 일본 유의 초대형 해킹 사고가 일어나면 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게 자명하다. 전력(前歷)에 비춰볼 때 북한의 해킹 위험에도 많이 노출돼 있다. 30일부터는 투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탈세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가상화폐 실명제가 실시된다. 범정부 종합대책도 조만간 발표된다. 투명성 외에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대책 마련이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