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빌미로 對北제재 핵심 ‘원유 봉쇄’ 훼손 말아야

  • 문화일보
  • 입력 2018-01-29 11:52
프린트
평창동계올림픽이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 ‘올림픽 저자세’에 대한 국내외 우려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은 평창올림픽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의문이 제기됐는데, 급기야 유엔 대북 제재를 훼손하고 남북 상호주의 원칙도 지키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는 2월 4일쯤 열릴 금강산 문화행사를 위해 난방 및 발전용 경유 1만ℓ(63배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북측은, 문화회관이 남측 시설인 만큼 난방과 발전 등을 위해 필요한 경유도 남측이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조명 시설 등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점검단이나 선발대에 대한 남측의 전폭적인 지원에 비춰볼 때, 북측 행사 부담은 북한이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 대한민국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북한의 올림픽 ‘무임승차’도 모자라 이런 굴욕적 행태를 보여야 하는가.

금강산 행사용 경유를 제공할 경우,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원유 봉쇄를 무력화하는 데 앞장서는 셈이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결의 제2375호를 통해 정유 제품 공급량을 연 200만 배럴로 제한한 데 이어 제2397호를 통해 다시 50만 배럴로 줄였다. 이뿐 아니다. 미국은 북한·이란·러시아 통합제재법에 따라 정유 제품의 북송을 원천 봉쇄하고, 위반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독자 제재할 수 있다. 자칫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기막힌 상황이다. 더구나 금강산 행사를 위해 300여 명이 방북하는 것은 천안함 폭침 후 시행된 5·24 대북 제재를 스스로 허무는 조치로 비친다.

마식령스키장은 사치품 금수 조치를 우회하고, 강제노동 등을 통해 조성된 김정은의 체제선전용 시설이다. 한국이 앞장서서 홍보해줘선 안 된다. 대포동 미사일 발사지로 악용된 적이 있는 갈마비행장을 사용할 경우, 북한에 항공기 관련 서비스 제공 등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 2270호에 저촉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 24일 북한 원유공업성 등 9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대북 제재 담당 차관 방한을 통해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문 정부는 지금이라도 북한에 이런 문제점들을 당당히 제기하고, 난방·전기 등의 정상 공급을 거부할 경우엔 행사 포기를 포함한 원칙 대응을 검토해야 할 때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