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신뢰도’ 만큼 벌어진 韓·日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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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후 원달러 11% ↓
엔달러는 6.89% 하락 그쳐
수출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환율조작 지정 압박카드 등
통상·환율공세 한국에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1년 동안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에 비해 더 가파르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신뢰도’에 한국과 일본에 대한 통상·환율 압박이 연동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일 달러당 1208.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년여 만인 31일 1071.5원으로 11.34%나 하락했다. 반면, 주요 수출품목 경합국인 일본 엔화는 같은 기간 달러당 116.83엔에서 108.78엔으로 6.89%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 정책을 펴는 가운데, 일본이 양적 완화를 지속하면서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 비교에서도 원화의 엔화 대비 상대적 강세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34.45원에서 985.02원으로 떨어졌다. 주요 수출 경쟁국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외환 당국의 개입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외환 당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외환 당국의 소극적 대응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카드를 통해 한국의 환율 정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오는 4월에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특히 양적 완화 등 적극적인 환율 개입을 하는 일본을 놔둔 채 한국에만 압박을 가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신뢰도 차이를 보여준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미국이 1년에 두 차례씩 내는 환율보고서에 한국이 계속 등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환율에 개입하는 일본에 비해 압박이 지나치다”며 “경제 측면에서 신뢰를 적게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