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女앵커는 젊고 예뻐야 하나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男 뉴스전달력·인지도 고려
“女는 외모 중심 기용하는듯
‘꽃같은 존재’편견 깨뜨려야”

“왜 여자 앵커는 젊고 예뻐야 하나요?”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을 맡는 배우들의 나이 격차가 점차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동료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방송되는 모든 프로그램 중 한 프레임 안에 잡히는 남녀의 나이 차가 가장 큰 건 뉴스”라고 덧붙였다.

각 방송사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기자 출신 중년 남성 앵커와 아나운서 혹은 기자 출신 젊은 여성 앵커 조합이 일반적이다.

현재는 JTBC ‘뉴스룸’의 손석희·안나경(33세 차이) 앵커 조합의 나이 차가 가장 크고, KBS 1TV ‘뉴스9’(사진)의 황상무·김민정(24세) 앵커가 그 뒤를 잇는다. 방송사 체질 개선에 나선 MBC ‘뉴스데스크’의 박성호·손정은(8세), SBS ‘8뉴스’의 김현우·최혜림(3세) 앵커의 나이 차는 상대적으로 적다.

신뢰성이 생명인 뉴스의 특성상 사회적 평판과 대중적 인지도, 뉴스 전달력 등을 두루 갖춘 중견 남성 앵커를 기용하는 것에 대한 이견은 적다. 또한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남녀 앵커의 나이 차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왜 중년 여성 앵커를 기용하지 않느냐?”는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기자는 “여성 앵커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고 하지만 진행 실력 못지않게 외모를 중시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기자들보다는 아나운서를 앵커로 뽑은 후 기자로 전직시키는 것 또한 현장 경험과 취재력보다는 외모와 전달력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MBN의 경우 MBC 출신 김주하·김은혜 앵커가 메인 뉴스인 ‘뉴스8’과 ‘뉴스앤이슈’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2.5~4%(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내며 타사와 비교해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남성 앵커의 신뢰성이 더 높다는 편견을 뒤집는 결과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여성을 ‘꽃’과 같은 존재로 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성 앵커 역시 예쁘고 젊은 여성으로만 배치하려는 관행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여성을 ‘주체적인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존재’로 판단하려는 사회적 편견을 깨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