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으로 출발 ‘명품’으로 끝난 ‘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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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24% 찍고 막내린 ‘돈꽃’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한 장혁
절제된 감정 연기로 눈길잡아

재벌가의 암투 색다르게 그린
이명희 작가의 감각적 스토리

밀착 클로즈업 카메라 워크
눈동자 움직임까지 잡아 압권

MBC 주말 드라마 ‘돈꽃’이 자체 최고 시청률인 24%(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지난 3일 성황리에 종영했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엔 그렇고 그런 ‘막장’ 드라마처럼 보였지만 갈수록 ‘명품’의 향기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돈꽃’은 지난해 11월 11일 첫 회에서 10%를 조금 넘기는 시청률로 출발했다.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혼외자였기에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한 남자(장혁)의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좀 끌었을 뿐 신선함은 떨어졌다. 출생의 비밀, 불륜과 치정 등 주말극에서 그간 다뤄온 ‘막장’을 재연할 게 뻔했다.

그러나 장혁·장승조·박세영·이미숙 등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와 이명희 작가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그리고 연출자인 김희원 PD의 영상미가 잘 맞아떨어지며 주말 드라마의 고정관념을 깼다.

복수의 화신으로 등장한 장혁은 ‘추노’(2010) 이후 오랜만에 한층 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얼굴 표정과 대사에서 힘을 뺐지만 절제된 감정 연기로 오히려 훨씬 강렬하고 극적인 캐릭터를 창조했다. 마지막 회에서 스스로 법정에 서는 희생을 무릅쓰며 끝내 상대를 무너뜨리는 대목에선 서늘한 카리스마가 엿보였다.

이명희 작가는 전작 ‘장영실’(2016)에서 진일보한 집필 감각과 리얼리티로 믿고 볼 수 있는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재벌가의 암투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낡아 보이지 않도록 대기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절묘하게 버무려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재창조했다. 특히 매회 반전과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희원 PD의 클로즈업 카메라 워크도 한몫했다. 눈썹에서 턱선까지 얼굴을 크게 보여주는 ‘타이트 클로즈업’ 또는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표현하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배우들의 표정 연기를 고스란히 잡아냈다. 이야기의 흐름은 매우 빠르지만 배우들의 감정 연기는 느릿느릿 여백을 둬 강약을 잘 조절했다.

시청자들은 “장혁 씨 너무 수고 많았어요. 덕분에 토요일 밤을 지루하지 않게 보냈네요. 항상 팬으로서 응원합니다”, “대본 대사 행간도, 주위 공기 분위기도 연기로 승화. 몰입도 최고로 이끈 필주. 감독님, 작가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냥 말없이 눈빛으로만 더 많은 대사를 읊은 느낌. 작가도 대단한 듯”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돈꽃’은 월화, 수목 등 미니시리즈로 대변되던 방송국의 편성 관행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엔 방송국에서 우선시하는 중요도나 배우들의 선호도 측면에서 주말극이 미니시리즈에 늘 뒤지는 구조였다. 미니시리즈가 광고 판매에 유리하고 그만큼 배우들의 출연료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JTBC ‘품위있는 그녀’, KBS2 ‘황금빛 내 인생’ 등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으면서 가치가 꾸준히 상승했고,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도 다양화하면서 드라마 편성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구·안진용 기자 clark@munhwa.com